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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낭독극 '백팩'] 작가 육성으로 들으니 더 확 와닿네

▲ 지난 23일 익산 아르케 소극장에서 열린 낭독극 ‘백팩’.

“나의 과거가 사라진다면 나는 존재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익산 아르케 소극장. 〈백팩〉 낭독극에 온 50여 명의 관객들은 이 질문 앞에서 문득 난감했다. ‘나의 과거’는 어디에 있을까?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인 정숙인의 〈백팩〉 낭독극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것은 현재가 과거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었다. 현재가 미래의 과거라는 점에서, 낭독극은 미래가 현재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무대에 선 낭독자는 물론 객석의 관객들까지도 모두 각자의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의 삶을 생각하는 듯했다. 그날 소극장에는 어떤 삶이 먼 미래로부터 닥쳐와 현재에서 부서지며 과거에 고스란히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소설 〈백팩〉 낭독극은 우리의 삶을 아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연출이 돋보였다. 소설은 지나간 것들을 우리 삶의 뒤편에 쌓아올리는 과거형이다. 낭독은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하여 다시 살아가게 하는 형식이다. 소설 장르를 낭독극으로 구현해내는 하이브리드(Hybrid, 혼종) 형식은 읽는 서사를 들려주는 서사로 전환하여 독자를 관객화 했다. 소통의 방식을 간접에서 직접으로 매력 있게 스위칭한 것이다. 작가의 육성으로 작가의 영혼을 들려줌으로써 독자-관객들은 소설의 심층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세 개의 시선, 세 명의 낭독’을 통해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대로 낭독극은 다양한 목소리와 영상, 클래식 기타 연주를 씨줄 날줄로 직조하여 소설 속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구현해냈다. 낭독극이 끝났을 때 독자-관객들은 등에 ‘백팩’ 하나씩 메고 있었다. 백팩에 담아두었을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심장에서 들려오는 게 분명한 ‘뜨거운 것’이 아니었을까?

 

눈을 뜨면 ‘나의 바깥’을 보지만 눈을 감으면 ‘나의 안쪽’이 보인다. 귀를 열면 ‘내 안의 내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낭독극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백팩〉 낭독극으로 시작한 제2회 시민낭독극 페스티벌은 7월 2일 ‘송송 기타 패밀리’의 ‘나의 음악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까지 계속된다.

▲ 문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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