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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 꽃만 꽃이랴 복효근 시인, 신간 〈꽃 아닌 것 없다〉 펴내

 

‘크고 화려한 꽃만이 꽃이랴. 때론 돌 틈에 핀 봄맞이꽃 하나가 봄을 불러오고 주저앉은 사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 내 안에 피었다가 지는 사유의 작은 풀꽃들을 모아 놓았다. 높고 크고 화려하고 힘센 것들 앞에 조브장해진 내 어깨를 닮았다.’( ‘시인의 말’ 중)

 

1991년 <시와시학> 으로 등단한 이래 정갈한 서정의 깊이를 보여준 복효근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시작 출간)를 냈다.

 

‘생(生)과 사(死)를 한 줄기 빛으로 요약해버리는/ 어느 별의 자서전’(시 ‘별똥별’ 전문)

 

‘이 도토리 한 알이 저 참나무 숲의 자궁이었다니’(서 ‘언뜻 신을 보다’ 전문)

 

이번 작품집의 특징은 시가 짧다. 모두 1행에서부터 10행을 넘지 않는 시편 80여 편을 골라서 엮었다. 시의 부피를 덜어냈지만, 오히려 압축된 문장은 생의 본질을 간절하게 그려낸다. 짧은 시는 쉽게 공감가지만 여운은 길고 아득하다.

 

이를 두고 이경호 문학평론가는 ‘정서와 사유의 도끼질’이라고 표현했다. 도끼로 나무를 찍었을 때의 자국처럼 사소하거나 장식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골격을 힘차게 그려내는 느낌이라는 것.

 

또 이 평론가는 복 시인의 작품에 대해 ‘간절함의 미학’이라고 평했다. 복효근의 단시가 제시하는 압축의 특징은 보다 중요한 속성들을 밝혀내는 작업”이라며 “찰나의 진실은 지속될 수 없는 시간성으로 간절함을 획득하는데 간절함이야말로 그가 만끽하고 싶어하는 생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복 시인은 “10여 년 전 ‘작은 시앗 채송화’라는 동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작금의 시들이 산문화된 경향을 보이고 긴장미가 떨어지며 난해하다고 진단했다”며 “이번 시집은 지난 10년 간 동인활동을 하면서 지향해온 ‘짧고 탄탄한 언어구조 안에서도 진정성을 담은 서정시’를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버마재비 사랑> , <새에 대한 반성문> ,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 <목련꽃 브라자> , <마늘촛불> , <따뜻한 외면> , 청소년 시집 <운동장 편지> 등을 펴낸 그는 제2회 신석정문학상을 비롯해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남원 송동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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