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생명의 힘 탈북 여성 이야기
김소윤 소설가가 최근 펴낸 첫 소설집 <밤의 나라> (바람꽃)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밤의>
최근 몇 년간 쓴 단편소설을 엮은 것으로, 위안부·탈북자·결혼 이주 여성·장애 여성·국제 밀거래 조직 등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여성이 존재한다.
김 소설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결핍과 상처를 지니고 있어서 쓰면서도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서 “그들의 치유와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고 내가 그래줄 수 있기를 소망했지만, 아마도 그건 내 몫이 아닐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이들을 끌어내 세상 속에 세우는 일뿐이었다”고 말했다.
표제작인 ‘밤의 나라’는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아 탈북한 여성 ‘미호’의 이야기다.
탈북 과정에서 온 가족을 잃은 ‘미호’는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고 일본으로 밀항한다. 그곳에서마저 밀항선 선장으로부터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살기 위해 조직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결국 권력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양도한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에서 온 소년과 마주치며 다시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 대가는 죽음이었지만 ‘미호’는 더이상 숨고 도망치며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머지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우리 사회가 구성원으로 상정하고 있는 표준적인 모델은 아니다. 김대현 문학평론가는 “김소윤은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에 포착되지 않았던 위태로운 여성들을 보이게 한다”고 평했다. 하지만 억압받는 주인공들은 자신을 시험하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 광기로 대항하거나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싸운다. 때로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항한다.
김 평론가는 “아무리 비루한 삶이라도 살아지는 이 끈질긴 생명의 힘을 보라”며 “모든 과정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간다. 그것이 그들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북 출신인 김소윤 소설가는 고려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서 단편소설 ‘벌레’ 당선, 2012년 제1회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에서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당선 등의 경험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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