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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살해·시신 유기한 환경미화원…1년간 '위장극'

이불·쓰레기봉투로 꽁꽁 싸 자신의 작업 노선에 버려 다음날 직접 수거 소각장에
진단서 위조, 동료 휴직 처리…아빠인척 딸들에 용돈 송금
피해자 카드 펑펑 쓰다 덜미

▲ 지난해 4월 살인사건이 일어난 전주 효자동의 한 원룸을 방문한 19일 현장에서 며칠간 방치된 듯 음식물 썩은 냄새가 나고 집안이 널브러져 있다.

·조현욱 수습기자

동료 환경미화원을 살해하고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뒤 자신이 직접 수거해 소각장에서 불 태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동료를 살해한 뒤 1년 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떨어져 살던 가족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는 등 가족이 가출 신고하기 전까지 8개월여 동안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가족의 가출 신고 사실을 모르고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하다 덜미가 잡혔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9일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전주시 환경미화원 이모 씨(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6시30분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자신의 집에서 동료 환경미화원 A씨(59)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 씨는 다음날 오후 6시께 A씨의 시신을 이불과 쓰레기봉투로 감싸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선에 버렸다. 이어 다음날인 6일 새벽 자신이 직접 A씨의 시신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수거했고, 쓰레기 수거차량은 전주시 소각자원센터로 향해 A씨의 시신은 차량에 담긴 다른 쓰레기와 함께 불에 태워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A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 끝에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씨와 A씨 사이에 다량의 금전거래가 있는 점과 1년여 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하려 한 정황 등을 근거로 계획적인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씨는 범행 전 A씨의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8750여만 원 상당을 대출받았으며, A씨가 숨진 이후에도 A씨 명의의 카드로 5100여만 원을 사용하고 캐피탈 업체 등을 통해 650여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대출금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모두 1억4500여만 원을 도박과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앞서 범행을 숨기기 위해 경기도 광명시의 한 정형외과 직인을 위조해 A씨 명의로 전주 완산구청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B씨의 딸들에게도 지난해 12월까지 주기적으로 안부 문자와 용돈을 보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A씨 딸들의 연락을 받은 A씨 아버지가 가출 신고를 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사건 초기 A씨는 단순 가출 사건으로 처리되다가 지난 5일 A씨의 딸이 A씨 명의의 채무독촉장과 카드 사용내역이 담긴 편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는 급진전했다.

경찰은 A씨의 신용카드를 이 씨가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6일 이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1차 조사를 마쳤고, 이튿날 이 씨가 도주하자 추적 끝에 지난 17일 인천의 한 피시방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 직후 이 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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