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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현실 비판·독립만세·문예잡지운동까지… 일제강점기 불꽃 된 전북문학인 재조명해야

이익상
지역 후배들 창작 후원
근대문학 정착에 힘써
유엽
시 동인지 창간
전북시단 개척자 평가
신일용
기미독립만세운동 주역
김창술
식민지 강한 비판 쏟아내
임순득
최초 여성해방문학 주창

▲ 이익상·유엽·신일용·김창술·임순득

1945년 8월 15일 조국의 광명을 찾기까지는 암흑의 시대였다. 어둠에 묻혀 민족이 헤매고 있을 때, 스스로 불꽃이 돼 길을 밝히던 전북 문학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글과 행동으로 독립운동을 하고 시민을 계몽했다. 동시에 한국 근대문학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중앙 중심의 유명 문학인들에게 가려져 이들에 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명표 문학평론가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한국·전북 문단에서 반드시 조명·평가돼야 할 이들,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전북 주요 ‘사상 운동가-작가’ 5명의 업적을 소개한다. (이들의 대표 작품은 전북일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전북문학의 선구자·후원자

이익상(1891~1935)은 전북 최초의 문예지 당선 작가이자 소설가, 비평가. 당시 모든 전북 문학은 이익상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니혼대학을 다니면서 박열과 함께 무정부주의 운동을 했고, 서울과 전주를 오가면서 창작과 함께 근대문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힘썼다.

더 중요한 것은 학업을 마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신보 간부로 재직하며 김창술, 김해강, 신석정 등 지역 문단 후배들이 창작을 이어가도록 후원했다는 점이다. 수입이 거의 없는 작가들에게 지면 연재를 하도록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전북 시단의 개척자

유엽(1902~1975)은 시 전문 동인지 <금성> 을 만들고 최초의 서사시 ‘소녀의 죽음’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사에서 기억돼야 할 인물. <금성> 을 통해 김동환·허민 시인, 최인욱 소설가, 김창술·김해강 시인 등 후배도 양성했다. 전북시단의 개척자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누나·동생도 모두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집안에서 그 역시 문학운동뿐만 아니라 한용운과 청년 불교도들이 조직한 항일운동단체 ‘만당’에서 활동했다. 잡지 간행, 신극운동, 불교청년운동, 신문사 운영 등 광활한 그의 문학·사회적 업적은 이익상과 함께 본격적으로 선양돼야 한다는 평가다.

△전주 기미독립만세운동 주역

신일용(1894~1950)은 1919년 전주 기미독립만세운동 당시 전주 청년회 총무였던 그는 만세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상경해서 노동·사상운동에 앞장섰다. 1950년에 서울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당할 때까지 애국계몽만을 생각했던 부안 출신의 문인이자 언론인, 사회운동가, 그리고 경성의전을 졸업한 의사다.

그는 논리성이 뛰어나 논설을 많이 썼다. 특히 일제강점기 ‘문화통치’의 사례로 언급되는 이광수(춘원)의 ‘민족개조론’이 발표되자 반박글 ‘춘원의 민족개조론을 논함’을 써 꾸짖었다.

△검열에 시집 한 권 못 낸 등단 시인

김창술(1903~1953 추정)은 1925년 제1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했지만 평생 단 한 권의 시집도 출판하지 못했다. 식민지 사회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은 작품을 일제가 용납할 리 없었다. 1920년대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아 일본 지배층에 고통받던 군산, 삼례 등의 노동자·농민의 삶과 노동운동을 작품에 적나라하게 반영했다. 1927년 전주청년회 집행위원을 지낸 그답게 여성적이고 어둡던 1920년대 문단에서 남성적인 기백, 낙관주의를 보여줘 시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 받는다. 계몽문학을 함께 한 동료 김해강이 1940년대 친일 시를 써 오점을 남긴 것과 대조된다.

△고통받던 여성의 대변자

임순득(1915~?)은 전주 출신의 한국 최초로 여성해방 비평운동을 전개한 인물이자 최초의 여성평론가라는 점에서 1930년대 ‘운동가-작가’ 중 가장 조명받아야 할 인물로 꼽힌다. 여성은 남편이 있거나 남자 보호자가 있어야만 직장을 가질 수 있었던 1930년대, 당시 남성은 일제에 억압을 받았지만 여성은 일제·남성·사회에 짓눌려 3중으로 힘들었다. <여류작가의 지위> 1~5권 등 평론집을 발표하며 당대 편견과 남성의존 의식에 맞서 여성해방 문학을 혁명적으로 이끌었다.

전북 문학사와 해방 전 전북 출신 문학인을 연구해 온 최명표 문학평론가는 “이들은 한국 문학사에 정립돼야 할 중요 문인들이지만 중앙의 유명 문학인들에 밀려 뒷전인 실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지역에서조차 떠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전북근대문학자료> (1~6), <김창술시전집> , <김해강시전집> 등 방대한 연구 자료를 꾸준히 발표해왔지만 지역에서조차 반응이 미미하다.

도내 대학 및 문단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세미나, 좌담회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 적극적으로 조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도서관 등에도 자료가 배포돼 도민에게 전북 문학운동 정신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최 평론가는 “전북 근대문학사는 문학과 사상 운동이 분리될 수 없었다. 서울과 중앙 문단을 따라가면 전북 지역문학사는 허황될 수밖에 없다. 지역 문학만의 특수성과 가치를 연구해 한국문학사에서 전북 문인들의 업적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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