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지수 전주시 완산구·덕진구, 익산시, 군산시 상대적으로 높아
평균 온도 높은데, 인구 당 소방서 인력 등 기후영향 감소 적응 능력 취약
시민사회단체 “폭염, 정부의 역할과 대책 미흡”
△기록적인 폭염
폭염이 지나갔다. 정말 징글징글한 더위였다. 올해 6~8월 한낮의 기온이 33도를 넘는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평균 31.4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평년보다 9.8일 많았고, 1973년 기상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 기록이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도 17.7일로 평년보다 3배나 늘었다. 뿐만 아니다. 이번 폭염의 신기록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1일 오후 1시 36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공식 관측소의 최고 낮 기온이 39.6도를 기록했다. 서울 기상관측을 시작한 111년만의 최고 기온이었다.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즈음 강원도 홍천 관측소 기록은 40.6도로 역대 최고치가 확인됐다.
한반도만이 아니었다. 연일 40도를 육박했던 일본에서는 더위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온열환자의 발생과 사망자의 속출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지구촌을 펄펄 끓게 만들었던 이상기후는 북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대륙도 가만두지 않았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한낮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았고, 캐나다 토론토는 30도가 넘는 날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린란드의 만년설과 북극의 절대 빙하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제트기류가 약화된 결과로 고기압이 한곳에서 장기간 머물고 있다”는 기상학자의 설명은 지난 겨울 한반도를 덮쳤던 한파의 원인과도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또한 얼마 전 인터뷰를 가진 이회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100년 만의 폭염이 내년에도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선선한 가을 저녁 바람에 지나가버린 폭염의 기억을 털어버리기에 찜찜한 소식들이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릴까 싶었는데, 벌써부터 닥쳐올 한파와 또 다시 반복될 무더위가 걱정이다.
정부에서도 거론했던 바, 폭염의 정체는 자연재해가 분명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인정한대로 이번 폭염은 인류가 불러온 재앙이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역시 사회적인 문제다. 따라서 폭염 문제를 접근하는 예방과 피해대책은 하늘을 원망한다거나 나라님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폭염 사회
지난 7월말, 환경부는 범정부적으로 폭염 대응 대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지원을 위해 전국 시·군·구 기초지자체별로 8월 ‘폭염 취약성 지수’를 분석해 공개했다. ‘폭염 취약성 지수’는 기후노출도, 민감도, 적응능력을 바탕으로 폭염에 대응하는 능력의 상대적인 차이를 0~1 사이로 표준화한 값이다. 기후노출은 기상청에서 제공한 1개월 기상 전망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됐으며,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 및 대응 취약성 정도를 기초지자체별로 상대 평가해 지수화 했다. 지수의 분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방법론에 기초하되, 장기 기후 전망이 아닌 1개월 기상전망을 활용하여 시범적으로 분석됐다. 폭염 취약성 지수에는 총 인구 수, 65세 이상 인구,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등 폭염 취약계층이 우선 고려됐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세 부문 모두에서 전라북도의 취약성 지수가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총 인구 수 대상 폭염지수’에서는 전주시 완산구와 덕진구, 익산시, 군산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주시 완산구의 지수값이 0.61로 가장 높았다. 평균 온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당 소방서 인력 등 기후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적응 능력 또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65세 이상 인구 대상 폭염지수’의 경우, 기후노출 값과 65세 인구 비율이 높은 고창군, 김제시, 정읍시가 상대적으로 폭염 취약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대상 폭염지수’ 또한 전주시 덕진구, 군산시, 완주군, 전주시 완산구, 부산광역시 기장군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라북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전국의 모든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이 지수는 아직 시범분석 단계이고 지역별 폭염피해 예측이나 대응역량을 정확히 계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특정 지역의 취약성이 집중되어있는 결과치 공개에 상당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자료 공개 배경에는 폭염에 대한 피해확산을 막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폭염대응 지원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자체들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폭염의 경고, 에너지 전환이 답
우리 사회가 이번 폭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으로 보인다. 비록 폭염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전기요금 인하를 서둘렀다지만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얼마 전 수정,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 대해 너무 가혹하다는 산업계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전력수급 걱정을 운운하며 기승전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희망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은 움직임도 있었다. 지역에너지 전환운동이다.
특히 지난 4월에 출범한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는 지난 지방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과 ‘지역에너지전환 약속’을 받아내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광역지자체 8명, 기초지자체장 23명이 당선됐다.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는 1백만 가구 미니태양광 설치사업으로 ‘에너지를 쓰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의 경우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갈 계획이다. 광주와 강원, 그리고 대구는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산단 계획을, 그리고 울산은 원자력해체종합연구센터 설립을 각각 내세웠다. 아직 구체성이 부족해서 취임 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할 숙제가 남겨져 있지만,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고려할 때 전망은 밝아 보인다.
우리 지역에도 에너지 자립마을이며,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 건립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사례들이 없지 않다. 소중한 노력과 성과들이 몇몇 활동가들만의 헌신으로 묻히지 않고, 사회적 담론으로 자라나고, 지방 정부의 현실적 정책으로 꽃피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폭염과 이상기후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기상이변, 사막화, 해수면 상승, 자연생태계 변화, 질병 등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위험을 경고하고 이산화탄소 방출량 규제 등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는 초등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2006년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 을 비롯하여 수많은 대중매체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는 노력들을 해왔고, <교토의정서> 나 <파리협정> 과 같은 국제적 협약들도 제법 익숙한 시사용어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이번 폭염의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비록 폭염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전기요금 인하를 서둘렀다지만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파리협정> 교토의정서> 불편한>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6위’라는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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