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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시인 ’활에 기대다’…속도 대신 방향을 가진 시편들

시력 30년 동안 4권의 시집 발간
세월호 참사, 제주 4·3 사건 등 사회적 죽음에 시선

정우영(58) 시인이 8년여 만에 네 번째 시집 <활에 기대다> 를 펴냈다.

정 시인은 시력(詩歷) 30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냈다. 과작 측에 속하는 편.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30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낸 것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시에는 사람의 정신을 현란하게 하는 ‘속도’가 없다. 대신 방향이 존재한다.

“이 작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게./ 따뜻한 햇살 느낄 수 있다는 게./ 맛있는 김밥 먹고 싶다는 게./ 고소한 강냉이 코에 닿는다는 게./ 이런 느낌 오랜만이야./ 부러움도 안타까움도 없어.” (‘허기에 먹히다-고독사,들’ 부분)

정 시인의 시는 뜨거운 목숨을 가만히 부르면서 빛난다. 심지어 가까운 사물에게도 목숨을 불어넣는다. 그는 자신의 곁에 있다가 떠나간 옛사람들마저 살려낸다. 그렇게 죽음을 삶으로 또 삶을 죽음으로 옮겨 놓으면서 독특한 아우라를 갖는다.

“안경다리가 하나 부러졌다./ 다른 때 같으면 먼저 여분 안경 찾았을 것이나/ 어쩐지 그런 생각은 안 들고/ 다리 부러진 안경이 짠해지는 것이다./ 부러진 다리와 다리 잃은 몸통/ 받쳐 들고 사뭇 경건해진다.” (‘달리는 무어라 부를까’ 부분)

어쩌면 그가 세월호 참사, 제주 4·3 사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 등 ‘사회적 죽음’을 당한 존재들에게 무심할 수 없는 것은 필연적이다.

시인은 임실 출신으로 1989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 <집이 떠나갔다> , <살구꽃 그림자> 가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신동엽학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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