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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리뷰 ②] 축제로 들어온 굿, 우리 곁에 서다

노복순 국악평론가

노복순 국악평론가
노복순 국악평론가

2018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국의 굿 시리즈’를 기획해 또 하나의 공연사를 기록하며 무속문화에 관심 있는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았다. 민속신앙이었던 굿은 정치이데올로기와 맞물리면서 미신과 구습으로 치부되어 탄압과 억압, 천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전통문화의 근원을 굿 문화에서 찾으려는 시각이 고조되면서 굿, 무악, 무속 등은 전통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소환되었다.

소리축제는 굿 음악의 이러한 속성에 주목하여 서해안대동굿, 진도씻김굿, 강릉단오굿, 남해안별신굿, 동해안별신굿 5선을 무대에 올렸다. 한국의 국무, 김금화 만신을 중심으로 한 강신무의 연행이 일품인 서해안대동굿은 마을굿이지만 강신의 엑스터시를 맛볼 수 있는 작두굿을 실연하며 갈채를 받았다. 야단법석 신명의 잔치판으로 일관한 진도씻김굿은 당골과 반주 악사들의 예술적 수월성이 생산해 내는 한편의 ‘라이선스 굿판’이었다. 신성성과 신명성의 간극을 오가며 펼쳐지는 세기의 굿판은 길닦음에 와서야 진정이 될 정도로 연행자들의 무대 장악력과 예술성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독특한 장단과 고성의 무가, 익살과 해학이 가미된 재담과 춤을 펼친 강릉단오굿과 동해안별신굿, 정영만 일가를 중심으로 세습된 남해안별신굿은 각각의 독특한 세계를 담아내면서 굿 문화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한 쌍의 호랑이와 장독대로 굿판의 신성성을 상징화하며 축제로 들어온 ‘한국의 굿 시리즈’를 통해 몇 가지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속문화를 만날 수 있었던 점, 굿 문화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었던 점, 공연예술작품 생산에 있어 콘텐츠의 보고임을 재확인한 점이다. 치병, 기복, 점복 기능에서 비롯된 굿 문화는 의술과 첨단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 내야 하기에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굿판이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보다는 무대작품으로 문화 자본화되어가는 면이 적지 않다. 일본의 가온 마쯔리는 치병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세계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굿판도 원형이나 본래적 역할에 갇혀있기보다는 살아 있는 오늘날의 민속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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