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판소리 명창 김경호의 탁성에 매료된 나머지, 기를 쓰며 전쟁이야기 ‘적벽가’를 따라잡으려 애썼다. 판소리는 내게 바로크 시대(1600~1750)의 음악미학에 대한 독일 이론인 정감이론(Affektenlehre)의 일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이론에서는 음악적 수단들이 감정에 닿아 있다고 말한다. 판소리의 다양한 리듬은 특정한 분위기에 연결되는데, 슬픔과 엄숙함의 아주 느린 묘사부터 마치 쾌활한 현대의 랩과도 같은 빠른 템포까지 다양하다. 판소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술은 적절한 시간 조절, 억양, 몸짓 그리고 극적인 표현들을 망라한다. 한 명의 능숙한 소리꾼이 다양한 인물들을 흠결 없이 형상화해낸다.
판소리를 즐기기 위해서 집중을 해야만 하는 것은 외국인인 나만은 아니었다. 한국인 관객들도 그만큼 집중을 해야 한다. 그것은 판소리의 말들이 고어이며, 소리가 사용되는 방식이 현재의 케이팝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판소리는 관객들의 추임새와 박수가 없으면 완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관객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더 다가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쌍방향 앱을 개발해봄 직하다. 소리축제의 훌륭한 점은 어린 학생들이 한국 전통문화에 노출되게 하여 무엇인가를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판소리를 하나의 또 다른 국제적인 수준의 예술로 만들기 위해서, 소리축제는 해외의 예술가들과 협연을 기획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막공연은 아주 뛰어났다. 그 개막공연에서 우리는 다양한 전통 스타일들이 현대의 형식들과 접목되는 것을 목격했다. 많은 작품 중에서 판소리 소리꾼 정보권과 안달루시아 출신의 젊은 플라멩코 댄서인 바네사 아이바르의 협연이 있었는데, 그것은 소리축제와 네덜란드 플라멩코 비엔날레의 공동 프로젝트였다. 플라멩코와 판소리는 분명히 이질적인 장르이긴 하지만, 강한 정서적 표현, 기나긴 역사, 복잡한 리듬 그리고 추임새를 필요로 한다는 유사성을 가진다. 그 둘이 자신들의 익숙한 곳으로부터 빠져나와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웠다. 희망컨대, 나는 이 프로젝트가 계속되기를 원한다. 정통 판소리와 혁신적 혹은 국제적인 판소리의 공존은 이 아름다운 장르의 미래에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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