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팡이 기획자·작곡가·음악평론가
나는 4년 연속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관람했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 일부 프로그램이 취소됐음에도 이 축제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소리축제는 예술적 품격과 실천력을 갖춘 유기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개막공연의 경우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올라 공연한다. 공연은 매우 떠들썩하고 신명 나지만 음악가나 공연 제작자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무대이다. 음악가들은 자신의 최고 기량을 선보이면서 다른 나라 음악가와의 하모니를 이뤄내야 하고, 음악의 기승전결과 공연시간까지를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전문 음악가에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과제지만, 소리축제는 매년 이 어려운 과제를 해냈고 더 나아가 해마다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 있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판소리 명인들의 공연 무대였다. 올해의 경우 객석은 예전처럼 무대 위에 있었지만, 공연자와 마주 보게 설치돼 마치 액자식 무대의 축소판 같았고 객석으로 둘러싸인 원형 무대가 주는 공간감이 사라져 매우 아쉬웠다.
소리축제에서 가장 극찬할 부분은 예술 교육에 대한 정성이다. 편백숲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에 인근 학교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초청한 것이 한 예다. 어린이 예술체험은 더욱 다양했다. 놀이마당에 마련된 단체 그림 그리기에서 전통음악 배우기까지 소리축제 기간 내내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소리축제를 통해 미래의 예술 소비 세대를 양성하는 것은 예술을 통해 예술시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말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수많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음악제가 이렇게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리축제는 단순한 축제 이름이 아니라 음악과 전통예술, 홍보 마케팅, 프로그램 제작, 무대 기술 등 다양한 전문분야의 유기적 결합체이다. 이런 유기적 결합체의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이해와 고집이다. 그것이 있어야만 대규모 축제와 대중 간의 유대감이 생기고 애정이 싹터 진정한 대중의 축제가 될 수 있다.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이것이 내가 소리축제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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