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열번째 시집 '고요한 저녁이 왔다' 출간
복효근 시, 유운선 사진으로 구성
“시를 쓰다가 30년이 지났다/ 시를 쓰면 몽당연필처럼 세월이 짧아지고 머리털은 성글어진다/ 잘 나가는 시인은 많아지고/ 그래서 시를 쓸수록 나는 짧아진다” (‘책상다리를 매우 치다’ 일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틈 속에서 문학은, 시는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복효근 시인은 열 번째 시집 <고요한 저녁이 왔다> 를 통해 시와 사진의 만남이라는 변화를 모색했다. 변화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시집은 시와 사진이라는 별개의 작업으로 이뤄져 있다. 시 따로, 사진 따로 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해설도 덧붙이지 않았다. 고요한>
시의 행간과 사진의 여백은 다른 듯 같다. 두 장르의 충돌은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겹쳐진다. 독자들은 시를 읽고 사진을 보면서 정서적인 충만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된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소소한 일상적 체험 속에서 깊은 통찰과 깨달음을 찾아내 형상화한다. 싱크대 수챗구멍에서 싹을 틔운 호박씨 두 알을 통해 생에 대한 의지를, 새들이 남겨놓은 물앵두를 통해 인연을 읽어내는 식이다.
시인은 서문에서 시와 사진의 만남을 “이슬 한 방울이 무연하게 꽃봉오리에 떨어진 것”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슬이 앉은 꽃봉오리와 꽃봉오리를 만난 이슬은 그 이전의 이슬과 꽃봉오리가 아니다. 이슬 한 방울로 꽃이 피어나고, 꽃을 만나 이슬은 향기로운 보석이 된다”며 “시와 사진의 우연한 조합에서 꽃과 이슬의 화학 반응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시집 속 사진은 유운선 사진가가 촬영했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사진도 시집을 읽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사진과 시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파장은 묘한 어울림을 자아낸다.
이번 작업을 두고 김석원 사진평론가는 “사진과 시는 순간적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고 이런 작용은 사토리(satori, 홀연히 깨달음)로 연결된다”며 “현대사회는 고유한 사고가 존재하고, 그 사고에 적합한 매체를 요구한다. 사진과 시는 바다처럼 넓은 지성과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인은 1991년 <시와 시학> 으로 등단해 시집 <마늘촛불> , <따뜻한 외면> , <꽃 아닌 것 없다> 등과 청소년시집 <운동장 편지> ,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을 냈다. 편운문학상, 시와 시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남원 송동중 국어교사로 있다. 어느> 운동장> 꽃> 따뜻한> 마늘촛불> 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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