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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동부 봉수 88개 가야세력 운영했을 가능성 커”

진안-무주-남원-임실-완주-충남 금산까지 6개 봉수로 연결
봉수 종착지 장수군…장수 가야세력이 운영했을 가능성 제기
봉수로에 가야계 고분군, 제철유적, 토기 분포…세력권 형성
‘일본서기’에 봉수 운영했다고 나온 반파…장수 가야일 가능성

전북 동부지역에서 발견된 봉수 88개가 장수 가야세력의 실체를 증명해주는 단서라는 주장이 나왔다.

봉수 88개의 종착지가 장수·장계분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보통 봉수는 변방의 급박한 상황을 중앙으로 신속히 전달하는 통신시설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봉수를 운영하는 정치 중심지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이와 함께 봉수가 펼쳐진 길에 제철, 토기 등 가야시기의 유물이 존재하며, ‘일본서기’등 문헌사료에 나온 봉수의 존재와 일치하는 양상도 보인다. 이 때문에 봉수는 장수에 독자적으로 존재했던 가야세력이 운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3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전북가야선포식 1주년 학술대회’에서 조명일 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동부지역에서 발견된 봉수 88개는 충남 금산, 진안군, 무주군, 임실군, 남원시, 완주군, 장수 장계분지까지 6개의 봉수로(길)로 연결돼있다”며 “종착지가 장수군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운영주체는 장수 가야세력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봉수의 주된 기능은 변방의 급보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봉수의 종착지는 항상 봉수를 운영하는 세력의 중앙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봉수로에 가야계 고분군과 제철유적, 토기가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장수가야에 존재에 힘을 실어준다.

조 연구원은 “기존에 발견된 가야계분묘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속성이 비슷하다”며 “특히 봉수로에는 고대시기 유물만이 수습, 장수군에 존재했던 가야세력에 의해 축조·운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일본의 국사(國史)인 일본서기에 나온 가야계소국 반파(半波)도 장수가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현재 역사·고고학계에서는 이 기록에 등장하는 반파를 고령의 대가야로 보고 있는 게 통설이다.

조 연구원은 “백두대간 동쪽의 가야 영역권에서는 고대시기 봉수의 존재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반면 남원 운봉고원 등 전북 동부지역은 이 시기에 존재했던 봉수가 확인되며, 인근에 있는 유곡리·두락리 고분군에서도 최고급 위세품이 출토됐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일본서기’에 나온 데로 백제와 각축전을 벌인 반파가 전북에 존재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원은 전북 동부지역에서 발굴된 봉수가 국내 최초로 학술조사가 이루어진 고대시기 봉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야사 연구 및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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