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주 개인전, 26일까지 한옥마을 백희갤러리
메인 작품 ‘채끝살’, 넥타이 23개 이어붙여 수놓아
“앞으로 작품 계획은 바니타스 화풍 페인팅”
“전주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이곳 한옥마을이 좋았어요.”
‘작가 허보리’보다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딸’이라는 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조금은 서운했을 법했지만, 그는 참 맑았다.
전주 한옥마을 복합문화공간 백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허보리 작가를 만났다. 그의 ‘절친’ 피아니스트 A씨와 함께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내려와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전주에서 개인전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허 작가는 전시공간이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천으로 된 작품들과 전시공간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2015년 이후 4년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부담감도 없지 않았다고도 했다.
“지금 뒤에 있는 작품이 이번 시리즈의 메인 작품인데요. 거의 2년 동안 작업을 했어요. 2016년에 시작해서 지난해에 끝났죠.”
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채끝살’을 꼽았다. 넥타이 23개를 연결하고 여러 가지 흰 색실로 수를 놓아 채끝살의 마블링을 형상화한 작품.
“그림으로 치면 100호 사이즈를 만들려고 이어붙였어요. 손가락에 바늘구멍이 생기도록 작업했고, 작품 몇 곳에는 아마 혈흔이 있을 거예요.”
허 작가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자곡동 쟁골마을, 아버지 허영만 화백이 지은 가정집 반지하 공간을 작업실로 꾸몄다. 위층에서는 허 화백, 아래층에서는 허 작가가 작품활동을 한다고.
작품세계에 대해 허 화백이 어떤 조언을 해주는지 물었다. 허 작가는 “‘보일러 꺼라.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하신다”며 “지친 현대인을 표현한 탱크 (설치)작품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넉넉한 잔소리와 절제된 격려, 허 화백의 딸 사랑이 전해졌다.
“이번 전시에 페인팅을 한 작품 걸었는데요. 다음 전시에 대한 예고랄까요. 앞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그린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화풍의 페인팅을 해볼 생각입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작품 계획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바니타스’(Vanitas)는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말한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다음 전시에서 허 작가가 ‘삶의 덧없음’을 화폭에 어떻게 옮겨낼지 궁금하다.
이번 전시 ‘광화문 사냥꾼’전은 26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백희갤러리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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