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데우스> 에서 살리에리(Salieri)는 천재음악가이지만 친구인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역할로 나온다. 이러한 영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후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열등 콤플렉스에 대한 심리학 용어를 대변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아마데우스>
우리나라 속담중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속담의 풀이와 상황이 조금 비슷하다. 이유가 어떻든 우리에게 친숙한 이 속담은 심리적인 부분이 몸을 병적인 상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심리적인 부분, 특히 심한 스트레스 상황은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오고 병을 만든다. 이전에는 화병(火病)으로 불리었지만, 최근에는 심장에 영향을 주는 형태인 스트레스 유발성 심근증(SICMP : stress-induced cardiomyopathy)이 있고, 위장관에 영향을 주는 급성 위점막병변(AGML : acute gastric mucosal lesion)이 있다. 이런 질환들은 스트레스가 실제로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비교적 최근 진단들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이라는 옛 말이 새삼 생각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저자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와 급성 위점막 병변이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속쓰림과 복통 등이 발생되어 병원 찾는 환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환자의 위내시경 소견을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급성 위궤양이나 출혈성 위염이 보이는 등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요인이 해소됨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상당기간 동안 해당 증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치료시기가 지체되면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상황 즉, 사촌이 땅을 산 행동이 본인에게 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이었다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증상과 내시경 소견이 부합한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위점막 병변이란 진단이 가능하다.
급성 위점막 병변은 급격한 위증상을 동반하고, 내시경 검사에서 위점막에 이상소견이 나타나는 병변으로 정의한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명치부위 통증과 함께 급성 위궤양이 출혈성 위염과 동반된 상태이다. 이러한 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약물로도 질환발생이 가능하며, 대표적이 약물로는 스테로이드를 포함하지 않는 진통제(NSAIDs),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이 흔하다. 그리고 알코올과 고래회충증도 질환 발생이 가능한 원인이며, 스트레스 또한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은 속쓰림, 명치부위 복통의 병력 청취 및 이학적 검사와 함께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으며, 병변 부위의 조직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급성 위점막병변이 진단된다면 원인이 될 수 있는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고, 술은 마시지 않으며,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위점막을 보호하는 약물과 위산을 억제하는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위산은 억제하는 효과적인 약물들이 많이 나와 약물 치료가 증상 호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위 점막이 새까만 궤양과 혈액으로 덮여 있는 초기의 내시경 검사에 따른 소견에 비하면 치료기간은 4주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며, 치료 후에는 흔적도 없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속쓰림, 복통 등이 심할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검사와 처방을 받는 것이 질병의 악화를 방지하고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과거에 사실 아주 좋은 뜻으로 사용되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파야 한다.’ 가 본래 말이며,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 그 땅에 설사라도 해서 거름을 하게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선조득의 갸륵한 뜻이다.
세월은 흘렀고, 세상도 변했다. 좋은 마음으로 타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보낸다면 더욱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전주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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