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호 전북대 교수, 시집 ‘사소한 연애의 추억’ 출간
허무의 사막에서도 시는 노래여야 한다는 오래된 믿음. 그래서 허무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완성되는 허무주의.
양병호 전북대 교수가 <사소한 연애의 추억> (시문학사)을 펴냈다. <스테파네트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출간한 여섯 번째 시집이다. 스테파네트> 사소한>
“그게 아니었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맨드라미처럼 속수무책 비를 맞았다. 유난히 갈증이 심각했던 그 해 여름. 그니가 우산을 팽개치고 후두둑 뛰어갔다. 수상한 구름이 뭉게뭉게 몰려왔다. 돌아선 발자국마다 불면의 낙서가 돌올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각혈하듯 비가 퍼붓고 있었다. (중략) 오늘도 운명처럼 비가 내린다.”- ‘雨中閑想·3’ 중.
시집 전체를 꿰뚫어 흐르는 작시법은 ‘흘러가버린 시간’과 ‘지금 흐르는 시간’의 중첩과 대비. 양 교수는 이러한 작시법을 통해 허무적 정서를 증폭시킨다.
‘사소한’ 일로 치부한 지난날의 짧은 사랑은, 사랑 그 자체도 사랑하는 존재도 허무하다.
시집은 ‘운명’, ‘석양을 바라보는 법’, ‘산수유나무’, ‘雨中閑想’(우중한상), ‘퀘백에서 졸다’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운명’은 지적 탐구와 추억을 기록하고 있다. 제2부 ‘석양을 바라보는 법’은 사건 중심, 제3부 ‘산수유나무’는 자연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완성한 시들로 채웠다.
제4부 ‘雨中閑想(우중한상)’에서는 폭우에 가려 흐릿하고 습기가 차 있어 먹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5부 ‘퀘백에서 졸다’에서는 양 교수가 국내·외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들을 모았다.
양 교수는 시인의 말을 통해 “손뼉 치며 / 생기발랄하게 피어나는 꽃보다 / 적막강산 / 맵찬 서리에 무너지는 낙엽 쪽으로 / 마음 기우는 날들이여 // 풍찬노숙 / 내 가난한 영혼 나름 많이도 떠돌았다 / 이제 귀향하는 기분으로 / 저물며 찬란하게 빛나는 노을에 정박하고 싶다 // 앞으로의 삶 역시 / 사소한 연애일지언정 / 더욱 환하게 불타오를 것이다”고 밝혔다.
순창 출신인 양 교수는 전북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문학> 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시간의 공터> , <詩의 고독과 절망> , <한국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 <몽상과 유랑의 시학> , <시여, 연애를 하자> 등이 있다. 시여,> 몽상과> 한국현대시의> 詩의> 시간의> 그러나> 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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