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호 원로시인, 서정시 같은 장편소설 '색' 출간
“전쟁·일제강점기 수탈로 이어진 시대의 아픔 전해”
전북 문학계 원로인 조기호 시인이 서정시 같은 장편소설 <색> (도서출판 바밀리온, 전2권)을 발표했다. 색>
한평생 시 쓰기에 몰두해온 원로시인의 첫 장편소설 작품인 만큼 ‘문제의 서정소설’이라 칭할만 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두고 “시도 소설도 자서전도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소설 흉내를 내어본 글에 시를 얼버무린 꼴의 어설픔을 엮어서 <색> 이라 이름 지었다”는 것. 색>
조기호 시인은 후기에서 “일제강점기시절 왜놈들의 수탈과 조선말 말살정책과 전쟁으로 인한 배고픔과, 갖은 수모와 공출 같은 잃어버린 것들을 끄집어내어 일러주고,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사회부패상황을 되새김질해봤다”고 설명했다.
굴곡진 역사를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 시대를 견디고 살아온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세력 확장을 위한 강대국의 야욕으로 이 땅에 그어진 선은 ‘이데올로기’라는 색깔을 입히고 아름다운 강산을 훼손시키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다.
“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6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생채기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남북으로 나뉘는 것도 모자라 보수네, 진보네, 중도네 하며…….”
이 글의 주인공인 ‘상훈’과 ‘하영’은 웃어른의 ‘색’으로 인해 몹쓸 운명에 놓인 인간상을 대변한다. 우리 선조들도 모든 걸 안아주고, 품어주고, 받아주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모체(母體)를 우주의 섭리로 보고 여인을 ‘색(色)’으로 표현했으리라.
이 세상 만물과 인간사 전부를 받아들이려면 흰 색깔이 필요할 터. 사랑과 원망과 그리움과 원수진 마음까지도 모두 하얗게 표백해 순화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사 만남과 이별에도 색깔이 있다고 할 것이다.
시인은 이번 작품 내내 ‘색(色)’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어 “색은 인류역사의 발전과 훌륭한 예술을 창조하는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하기에 이른다.
“푸른 지구에서는 인간의 시(詩)가 소리(音)를 입을 때 ‘음색’을 쓰게 됩니다. 인간의 말은 소리이고 시 또한 말이라는 리듬과 음악성을 필요로 하지요. 고로, 음이 색을 쓰기 때문에 시 또한 ‘색’을 입어야 합니다.”
빛과 소리와 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시인은 구태여 그 정답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시를 읊듯 말을 하고 글을 쓸 뿐이었다.
전주 출신인 조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과 문예가족 회장, 전주시풍물시동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를 시작으로 <바람 가슴에 핀 노래> ,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등 21권의 책을 펴냈다. 특히, 여든 넘어 발표한 스무 번째 시집 <하지무렵> 에는 원로시인으로서 숨길 수 없는 세월과 연륜이 녹아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하지무렵> 산에서는> 바람> 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