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춘성 전주여의동우체국장, 문예운동 신인상 수상 소회
“시 덕분에 각양각색의 언어와 절제된 글의 참맛 알았죠”
자연과 사람을 사귀고 사물과 현상을 접하면서 가슴 속 소쿠리는 시의 소재로 채워진다.
우체국에는 희로애락의 사연이 모인다. 2020년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온춘성(58) 전주여의동우체국장의 이야기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는‘우체국맨’으로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쌓아오면서 우체국 업무와 시 쓰기에 공통점을 찾았다고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잖아요. 우체국은 여러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요. 저는 마음과 마음을 잇고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합일(合一)을 이끌어내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 겨울, 온 국장은 문예계간지 <문예운동> 통권144호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능소화’, ‘봄비’, ‘옥정호반의 하루’, ‘백하수오의 꿈’, ‘하지감자’ 등 시 5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문예운동>
그의 시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유년시절의 추억, 고향 풍경이 담뿍 배어있다. 당선작 중 하나인 ‘하지 감자’에는 아버지의 감자 심는 모습 뒤로는 무당벌레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모깃불 연기에 눈이 매워 눈물 찔끔 흘리던 어린 시절 추억이 그려진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시간이 ‘시(詩)와 시(時)의 동행’이라면 생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일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설렘 가득하고 충만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삶은 각양각색의 언어와 절제된 글에서 오롯이 우러나오는 참 맛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제 금구에서 태어난 온 국장은 청운초, 삼우중, 전주영생고,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우체국에 몸담아왔다.
온 국장이 ‘지극히 평범한 학창시절의 기록’이라며 보여준 빛바래고 낡은 종이에는 ‘임명장’이라는 글귀가 흐릿하게 남아있다. 4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은 온 국장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제1학기 쓰기반장’을 맡았던 일을 되새겨준다. 당시 특별활동으로 문예부에 들었는데 고대 그리스 문명과 로마의 신화를 다룬 책을 읽고 낸 독후감으로 값진 상을 받았다.
온 국장은 “이 상장을 보고 있으면 10살 소년시절 부터 문학에 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
시인 등단을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는 온 국장은 전국 5일장의 장터, 땀방울의 가치가 담긴 건설노동현장,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사찰 등 다양한 삶의 현장을 찾아 ‘나’를 되짚어 보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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