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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 스승과 약속 지킬 수 있어 행복”

전주대사습 판소리 명창부 장원 김병혜 씨
심청가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으로 수상
성창순 명창 작고 후 후회, 대회 출전 결심

제4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본선이 열린 12일 전주시 전라감영에서 판소리 명창 장원을 수상한 김병혜 명창 장원기를 흔들고 있다. 조현욱 기자
제4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본선이 열린 12일 전주시 전라감영에서 판소리 명창 장원을 수상한 김병혜 명창 장원기를 흔들고 있다. 조현욱 기자

“아, 이런 기분이구나!”

제4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 김병혜(51·전남 순천) 씨는 시상 무대에서 장원기를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짧은 순간, 그의 머릿속엔 긴 시간 대회 출전을 바랐던 스승 고 성창순(1934~2017) 명창이 스쳤다.

김 씨는 이날 심청가 중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을 불러 장원을 차지했다. 심청가는 4번 완창할 만큼 자신 있어 하는 작품이다.

성창순 명창에게 소리를 배운 김 씨는 23년 전 전주대사습 입상을 마지막으로 판소리 대회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는 “대회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시대가 바뀌어 대회에 나가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만했다”고 고백했다.

그랬던 김 씨가 대회 출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성창순 명창의 작고였다. 그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이 너무 후회되고 죄스러웠다”며 “입관식에서 선생님께 5년 안에 상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인생 길목에는 성 명창이 있다. 그는 원래 북을 치던 사람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북을 잡기 시작해 각종 고수대회 신인부·일반부 1등을 휩쓸었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출전한 고수대회에서 성 명창을 만났다. 그는 “하얀 한복을 입은 선생님이 한 마리의 학 같았다. 꿈속처럼 북을 쳤다. 선생님이 소리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그렇게 롤 모델인 성 명창을 따라 소리 길로 들어섰다. 결혼과 동시에 소리판을 떠나기도 했던 그는 스승의 독려로 다시 소리 공부를 이어갔다.

그에게 대회 출전을 권유한 권혁대 고수는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말이 있듯 뛰어난 스승 밑에 뛰어난 제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김 씨는 기본 실력이 탄탄한 재목이다”라며 “올해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대회 출전을 권했고, 두 달 전부터 전주와 광양을 오가며 매일 5시간씩 맹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알아봐준 권 고수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스스로 인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스승이 있어 오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스승과 제자, 자녀 등 주변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씨는 서울 출신으로 국립국악고를 졸업하고 전북대 한국음악학과를 1기로 졸업했다. 중앙대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전남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소정성창순판소리전통예술원 사무국장, 전통공연예술원판 예술감독, 광양시한국판소리보존회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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