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 절묘한 결합… 다양한 사유 세계
경종호 시인이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 을 엮어냈다. 사진과 시의 절묘한 결합이 형형하게 빛난다. 그늘을>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이미지)언어와 함께 문자언어로 표현한 디카시. 시의 영역을 확장한 멀티언어예술로 많은 작가가 디카시의 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와 동시 작품을 쓰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 시인도 이러한 디카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작업해왔다. 시인의 사진 소재는 풀과 나무, 동물 등 자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이러한 시적 소재들로 자연물 자체를 노래하기보다는 사진으로 포착된 자연물들을 자신의 시적 세계를 드러내는 알레고리로 사용한다.
“손을 내밀면 가장 먼저 상처에 닿습니다// 눈에 밟힌 물고기들// 가망가망 집을 만들며 오는 길이었습니다” (‘물길’ 전문)
좁다란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물줄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이 흘러오면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은 흙이 갈라져 틈새가 벌어진 곳, 드러난 식물의 뿌리, 깨어진 돌의 절단면이었을 것이다. 즉 사물의 상처다. 이렇듯 시인은 가엾고 여린 것들에 눈길과 마음을 준다.
복효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이번 시집을 통해 보여준 사유의 세계는 다양하다”며 “존재하는 것들을 관통하는 섭리나 진리에 대하여, 참다운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 사회와 역사의 실상에 대하여, 자아의 본래 면목에 대하여 진지하게 묻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 시인의 시도는 디카시의 표현 방법과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데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신인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 를 펴냈다.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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