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별세...21일 군산시 승화원 안치
"보상 요구하는 것 아냐, 진심 어린 사과 요구"
"이제 못 봐요, 어머니. 나 하나밖에 없는데 어떡해. 나 오늘부터 고아잖아, 엄마."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김옥순 할머니의 유골함을 품에 안은 그의 수양아들 민덕기(66) 씨가 울부짖으며 말했다.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한 채 끝내 눈을 감은 어머니를 떠나 보냈다. 민 씨는 연신 "죄송하다", "편히 쉬라"는 말을 전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6일 향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21일 군산시 승화원. 민 씨, 그의 동네 친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 할머니의 안치식이 소박하게 진행됐다. 민 씨는 유골함을, 그의 동네 친구는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추모관으로 향했다.
추모관 안치 후 제례실로 자리를 옮겨 소박한 제례상을 차렸다. 민 씨는 검정 비닐봉지 안에서 김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했던 초코파이, 북어포, 과일 등을 상에 올리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민 씨는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과자와 과일 등을 준비했다. 피자를 참 좋아하셨는데, 상에 올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김 할머니를 회상했다.
민 씨는 "생전에 어머니께서 여러 번 재판에 나섰다. 대법원 판결 이후 돌아가셨으면 괜찮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군산에서 잠들고 싶다, 군산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몇 분 안 남아 계신다. (전범기업의)진실된 사과와 진심 어린 반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할머니는 1945년 전범기업인 일본 후지코시 공장으로 강제 징용됐다. 임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항공기 부품, 탄피, 제복 등을 만들었다. 2015년 4월부터 후지코시 공장을 상대로 피해자 22명과 함께 한국, 일본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2019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후지코시 공장 측에서 상고해 3년 8개월째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이어 본래 군산시 조례에 따르면 군산시 승화원은 군산시민이 아니면 유해를 안치할 수 없지만, 강임준 시장이 조례에서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인 예외규정을 들어 김 할머니 유해 안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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