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가 22년 동안 둥지를 틀었던 전주와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30일 한국농구연맹(KBO)이 이사회를 열어 KCC의 연고지 이전 건을 최종 승인하면서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의 연고지가 전주시에서 부산시로 변경된 것이다. 이제 전주 KCC가 아닌 부산 KCC가 됐다.
2001년 KCC 이지스가 대전에서 전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전주시는 ‘프로농구의 메카’, ‘농구도시’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국농구연맹(KBL) 창단 이후 챔피언 결정전을 5번이나 우승한 명문구단으로 농구팬들과 도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며 희망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전주 KCC를 응원했고 도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2023-2024 프로농구 정규시즌 개막을 두 달여 앞두고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던 전주 KCC가 돌연 연고지를 변경하다니, 도내 농구팬들과 도민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필자 또한 해마다 농구 시즌이면 그 누구보다 전주 KCC를 응원하며 환호했던 팬이었기에 서운함과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충격으로 한동안 농구 경기를 멀리할 것 같다.
전주 KCC가 연고지 변경을 결정하게 된 것은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의 사용에 대한 전주시와 구단 측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전주시는 신축 체육관을 2026년까지 건립하고 그때까지 전주실내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KCC는 전주시를 신뢰할 수 없다며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후 전주 KCC는 연고지 이전과 관련한 일언반구도 없이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린 뒤 보름 만에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하고 결정했다. 전주시의 거듭된 면담 요청에도 돌아오는 답은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고 일방통행식 이전 결정만 있었다. 어찌보면 전주시와 KCC 이지스와의 신뢰 관계가 깨진 게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최근 벌어진 상황을 보면 졸속으로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한 KCC의 행태는 여간 실망스러운게 아니다.
지난 22년간 쌓아온 정을 생각한다면 KCC 이지스는 무한한 사랑을 보낸 도민과 팬들에게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후에 갑작스러운 이전 결정에 상처받은 도민들에게 충분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지금까지 연고지가 같은 팀은 원주 DB, 창원 LG, 안양 정관장(전 KGC인삼공사) 뿐이다.
잦은 연고 이전은 대다수 프로농구 구단이 지방 도시를 연고지로 삼으면서 수도권에 훈련과 합숙시설을 갖춰놓고, 홈경기가 열릴 때만 연고지를 찾다 보니 지역 정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그 원인이 있어 보인다.
KCC이지스 역시 선수단의 훈련장이나 숙소, 구단 사무국까지 전부 전주가 아닌 경기도 용인에 있고, 경기만을 전주에 와서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KCC이지스는 전북이 세계잼버리 사태로 가장 힘들어하고 마음 아플때 전북의 가슴에 비수를 꽃았다.
전주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필 지금, 잼버리 사태로 상처받은 도민들의 마음에 KCC 이지스 연고지 이전이라는 돌덩이를 던져 또다시 심한 ‘멍’을 남겨야 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다.
KCC 이지스 농구단도 전주시도 우선 팬들과 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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