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예술인활동증명서 발급자 5938명, 이 가운데 20대 비율 10%대 초반 그쳐
도내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전문 인력 수급 난항, 수도권과 문화격차 심화 우려
"먹고 살 수 있는 토대 마련 먼저" 문화예술계 이끌 청년 예술인 육성 마련 시급
#.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과에 다니는 A군은 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국악 작곡을 공부했지만, 평소 대중음악 작곡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활동 기회가 많은 서울로 가게 되었다. A군은 “넓은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서울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같은 대학 무용학과 졸업생 B양도 전북을 떠날 결심을 했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는 학교 졸업 후 학원 출강과 무용단 입단 등을 고민했지만 서울에서의 활동이 더욱 낫겠다고 판단했다.
'예향의 도시' 전북의 문화예술계를 이끌어 갈 청년 예술인 육성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예술인 배출이 감소하면 도내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전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수도권과의 문화 격차 심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5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 활동 증명 현황을 보면 도내 예술인 활동 증명서 발급자는 5938명이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20대 13.6%(807명) 30대 21.9%(1299명) 40대 14.1%(835명) 50대 16.5%(982명) 60대 18.7%(1110명) 70대 11.2%(668명) 80대 4.0%(237명)로 확인됐다.
도내 문화예술계는 30~60대까지 나이별로 고른 분포도를 보이지만, 향후 문화예술계를 책임질 20대 비율은 10%대 초반에 그쳤다. 이는 취업률 저조와 신입생 부족으로 지역 대학 예술학과가 폐과·축소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주대 미술학과, 원광대 서예학과, 우석대 국악과와 군산대 도예과 등 순수 예술계통 학과가 사라지면서 예술 활동 기회도 줄어들게 된 것. 무용학과 졸업생 B양은 “학생 대다수가 정부 지원 사업 위주의 콩쿠르를 준비해 서울 진출을 꿈꾼다”라며 “학교 공연도 매우 소중한 기회지만, 안무가로서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 기회는 많지 않다”고 했다.
도내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은 청년 예술인 유출을 막고 지역 문화 인재 육성을 위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술인들이 생계유지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없이 밑 빠진 독에 예산만 들이붓는 식의 지원은 그들을 더욱 병들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추진하는 청년(예술인) 대상 지원 사업에 투입된 지난해 예산은 약 2억 2000만 원이다. 2022년 2억 7000만 원, 2021년 3억 7000만 원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검증할 만큼의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도내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재단에서 신진예술가 육성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당장 배고픈 한 끼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청년 예술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북도와 전주시가 추진하는 국제영화제와 세계소리축제 등을 활용해 인재 발굴 사업을 의도적으로 추진해 청년 예술인을 지속해서 키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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