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 장재남이 부른 ‘빈 의자’입니다.
콘크리트 길 건너 촉촉한 풀숲으로 가는 지렁이를 누가 밟고 갔네요. 철사토막처럼 꼬부라져 물기 말라가는 반토막이 물음표를 씁니다. 내 갈 곳 어디란 말인가? 나는 왜 항상 밟히는가? 묻고 묻습니다.
빈 의자에 앉습니다. 간밤엔 어둠이 앉았다 갔겠지요? 구구대는 앞산 멧비둘기 소리가 가만 옆에 앉네요. 참새는 콕콕 일찍 여문 강아지풀 씨를 빼 먹고, 개개비는 몽글게 갈대숲에 듭니다. 세내[三川] 물소리가 어제보다 맑습니다.
풀숲에 노란 금계국, 보라 갈퀴나물꽃, 연분홍 메꽃, 빨강 꽃양귀비가 아직은 환합니다. 이른 아침, 많은 이들이 숨을 고르네요. 오늘도 고단한 길 위에 서 있을 다리를 푸는 거겠지요.
통, 통 누군가 징검다리를 건너옵니다.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 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흥얼거립니다.
“허리가 아프면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이정록의 시구입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