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가로등 위에 새 한 마리 앉아 있었습니다.
새해 첫날, 언감생심 멀리 동해바닷가 정동진은 못 가고 아파트 옥상에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다짐에 다짐한 지 어언 백일이 지났네요.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던 이성부 시인의 시구가 틀렸다는 걸 이제야 압니다. 3월 다 가도록 봄이 아니었습니다.
서해 바닷물에, 변산 솔바람에, 눈을 씻고 귀를 헹구려 30번 국도에 갔습니다. 영 봄 같지 않은 봄, 길이 어두운 건 나뿐 아니었나 봅니다. 날아가던 새도 잠시 날개 접고 앞길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하늘이 쨍했습니다. 그저 올려보는 푸름만으로 눈이 맑아졌지요. 뎅그렁 울어주는 내소사 풍경소리에 귀가 트였지요. 생각보다 하늘 품이 참 넓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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