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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갯벌의 세계적 위상, 이제 시작”.. 갯벌은 ‘복원’하고 ‘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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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갯벌의 모습/목서윤

“만져봐. 부드럽지? 어떤 생물들이 있지? 조개, 갯지렁이, 꽃게. 망둥어와 문어도 있지?” 현장 학습을 온 유치원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펄을 쥐어도 보고 조개라도 있을까 진흙을 파헤쳐 보기도 한다. 매 년 아이들과 갯벌 체험을 오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진흙의 촉감도 느껴보고 생물이 가득한 새로운 곳에서 배움은 물론 즐거운 추억을 쌓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소중한 배움터이자, 수많은 이들의 해루질 명소, 추억의 장소인 이곳은 전북 고창의 갯벌이다. 도시 사람들에게 갯벌은 한번 씩 ‘체험’을 하러 오는 곳이지만, 서해안 지역민들에게 갯벌은 무척 친숙하고 익숙한 곳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조개와 게를 잡고, 펄에 발이 푹 빠져 넘어지기도 하며, 어느새 차오르는 바닷물에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던, 어릴 적 추억이 풍부한 장소이다.  

가깝고 익숙해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깨닫기 어렵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국의 갯벌은 위대한 가치를 자랑한다. 서해안 갯벌은 세계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즉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가치가 인정돼 세계적으로 보전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계 유일무이한 서해안(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은 각각의 특성도 있지만, 대표적으로 경관적 가치, 생물 다양성의 보고, 바다 새의 서식지로써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리에겐 여름철 조개나 한번 씩 잡으러 가는 그 친숙한 갯벌이 ‘유일하다’는 이유로 세계적 보전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크나큰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우리나라 같은 갯벌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갯벌은 황해 갯벌, 즉 중국의 동해안과 한국의 서해안 갯벌이 유일하다. 이 황해 갯벌의 특징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와 범위에 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의 갯벌(mud flat)은 풀이 자라는 염습지의 끄트머리 구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막대한 규모의 환경자원인 우리나라 갯벌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주류 국가들에 비해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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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에서 권봉오 교수(사진 좌)와 타케시 의장/사진=권봉오교수 제공

△막대한 탄소 흡수원 ‘블루카본’, 탁월한 ‘오염 정화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한국의 갯벌이 전 세계에 소개됐지만, 우리나라 갯벌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갯벌의 가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그 위상이 쌓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여 년 전부터 서해안 갯벌을 연구하기 시작한 권봉오 국립군산대학교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갯벌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관련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중요한 화두인 탄소 중립에 갯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갯벌의 탄소흡수력 연구를 바탕으로 국제 학회와 기관 등을 방문하며 우리나라 갯벌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권 교수와 연구진이 주목하는 갯벌의 가치는, 갯벌이 단순히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것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탄소흡수원’, 일명 블루카본이라는 점에 있다.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에 흡수되어 저장된 탄소를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맹그로브, 갈대, 염습지 등이 있다. 권봉오 교수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갯벌의 탄소흡수력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전국 갯벌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갯벌이 연간 최대 4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승용차 20만 대가 연간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버금간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갯벌의 오염 정화 능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갯벌에는 총 152만 톤의 질소가 저장되고 있고, 연간 1만 톤의 정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교수는 “1만 톤의 정화 효과를 하수 처리장에서 처리한다고 가정해 하수처리장 건설비용에 대비하면, 연간 16조 원의 가치에 버금가는 양을 우리 갯벌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갯벌의 효능과 가치가 연구로 검증되며 지난달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IPCC 전문가 회의에서 갯벌이 탄소흡수원(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펼쳐졌다. 우리나라가 블루카본으로 정직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권 교수는 “IPCC에서 요구하는 것은 갯벌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이뤄졌는지 여부인데, 자신 있게 자료를 제출했다. 국제적으로 우리 갯벌이 인정을 받게 되면, 국가 정책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같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연구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갯벌이 블루카본으로써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초입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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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웠던 2004년 새만금 갯벌 모습/사진=권봉오 교수 제공

△논란의 땅 새만금의 갯벌은?

막대한 탄소흡수원이자 오염 정화원인 우리 갯벌.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30여 년간 이어진 지지부진한 사업으로 아직까지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 땅이 있다. 상처와 논란의 새만금이다. 이미 20여 년 전, 새만금 간척을 반대했던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새만금이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갯벌의 정화 기능을 알던 학자들은 갯벌을 훼손할 경우 오염원이 계속 쌓이고 쌓여 썩을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이는 현실이 되었고, 심각한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 새만금의 해수 유통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어느 유명한 시의 구절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실제 새만금 인근 주민들은 흐르던 물길을 막자, 풍부했던 자원의 땅이 어떻게 황폐화 되었는지 직접 목격했다. 갯벌에 대한 블루카본 연구가 시작된 지 이제 10년. 갯벌을 살리는 것보다 매립해 농업용 땅으로 쓰는 것이 이득이라 여기던 때 시작된 공사는 강산이 세 번이 변하도록 이어지면서 ‘갯벌 복원’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갯벌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 탄소흡수 능력인 블루카본 기능 외에도 아직 우리가 모르는 갯벌의 가치가 더 있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고창 갯벌 등 서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이후에도 지위를 유지하면서 전 세계가 우리나라 갯벌에 주목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공식적인 ‘탄소 흡수원’으로써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추가적인 갯벌의 연구와 국제적 인정을 위해서는 앞으로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갯벌 보전, 두 번째는 갯벌 복원이다. 남아 있는 갯벌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이미 훼손된 갯벌은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훼손된 갯벌의 복원이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갯벌을 연구해온 권봉오 교수는 자신 있게 답했다. “당연합니다. 갯벌은 바닷물이 흐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바닷물이 흐르게끔 하면 갯벌은 자연스럽게 복원됩니다.” 

목서윤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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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갯벌 #블루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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