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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그물에 걸려 죽은 거북이”...그 뒤엔 ‘대규모 어업’이

 

폐그물 거북이
폐 그물에 걸린 거북이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mute_younggun)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다. 전문 다이버가 촬영한 수중 사진인데, 바닷속 버려진 폐그물에 바다거북이 한 마리가 엉켜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 거북이. 많이 부어 있다. 끝내 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익사한 후 부패가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사진을 촬영한 다이버는 “살면서 본 가장 슬픈 장면”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SNS에 올리며 이 소식은 빠르게 번져 나갔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인간이 버린 바닷속 쓰레기로 목숨을 잃는 바다 생물, 어디 이뿐이랴. 우리 바다엔 이와 같은 폐어구와 그물이 넘쳐난다. 일명 ‘유령 그물’. 어업을 하며 그물이 망가지거나 유실되는 경우는 물론, 바다 위의 일은 관리 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틈타 어선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그대로 바다에 폐기해 버리는 것이다. 어망을 새로 만드는 것이, 사용한 것을 관리하며 재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적 이득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수많은 양의 그물, 통발, 밧줄 등이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다. 상상 이상의 대규모 어업이 낳은 또 다른 폐해인 셈이다.  

 

△쌓이기만 하는 폐어구

2023년 해양수산부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4.5만 톤의 해양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이 중 3분의 1가량인 5만 톤이 바로 바다 위에서 버려진다. 수만 톤의 바다 쓰레기가 매년 발생하는 건데, 이를 수거하는 양은 1~2만 톤에 불과하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는 이같은 문제를 오래도록 지적해 왔다. 결국은 보다 못해 활동가들이 직접 해양 정화 활동에 나서는데, 시셰퍼드 코리아의 김민선 활동가는 “바닷속에서 폐통발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여러 해양 생물을 발견한 적이 있다”며 “통발에 구멍을 뚫어 구조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폐어구 뿐 아니라 낚싯줄, 낚시찌로 인해 돌고래가 상처를 입거나 죽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어업 관련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나마 이런 활동가들에게 발견되면 다행이지만, 광활한 바닷속 어딘가에서 자연적이지 않은 이유로 꼼짝없이 죽음을 맞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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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폐그물을 처리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시셰퍼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이렇게 바다 생물에 큰 위협이 되는 많은 양의 어업 쓰레기는 전부 어디서 나오느냐. 당연히 우리 식탁에서, 주변 식당에서 아주 흔히 접하는 고등어와 광어회, 오징어와 새우에 답이 있다. 흔히 ‘어업’이라고 하면 작은 낚싯배에 올라탄 어민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업적 어업은 거대 기업과 같다. 최첨단 설비와 장비를 갖춘 대규모 어선이 10km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크기의 그물을 사용해 바닷속 자원을 싹쓸이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만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연근해어업을 대표하는 방식 중 하나는 큰 그물을 둘러 해양생물을 잡는 ‘선망어업’이 있다. 이 선망어업에는 무려 750톤~1,200톤에 달하는 배 6척이 동원된다. 어구의 길이는 800~1500m, 깊이는 최대 300m에 달한다. 이 중 ‘저인망어업’은 최대 10km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바다 깊숙이 내려 밑바닥의 바다 자원을 쓸어 담는 방식이다. 이 중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생물은 어판장으로 향하는 것이고, 쓸모없는 종은 배 위에서 죽거나 대량 폐기 처분된다. 우리가 너무나도 쉽고 싸게 고등어와 새우를 먹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어업 방식에 있다. 

 

△바다의 ‘씨를’ 말리는 대규모 어업

이 같은 대규모 어업의 실태를 알게 되면 당연한 소리지만, 우리 바다는 현재 병들고 있다. 채워지기도 전 바닷속 자원이 뭍으로 올려지고 인간의 배로 들어가고 있으니 자원 고갈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바다의 씨를 말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규모 그물에 포획된 바다 생물은 목표로 삼은 어종 외에도 수많은 다른 어종도 같이 잡힐 수밖에 없다. 이를 ‘혼획’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전 세계 상어 5000만 마리, 고래류 30만 마리, 우리가 사랑하는 바다거북 25만 마리가 죽음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2023년 기준,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5만 톤에 달했고, 원양어업은 41만 톤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앞서 설명한 ‘혼획’된 바다 생물의 양은 빠진 것이다 보니 실제로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양이 매년 우리 앞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 해역에서 고등어가, 오징어가, 게가 안 잡힌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이에 우리는 해수온 상승 등 ‘어쩔 수 없는’ 기후 변화를 종종 탓하지만, 그동안 바다에서 빼간 자원의 양을 생각해봤을 때,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해역에 넘치는 고등어와 오징어가 ‘멸종위기’에 가까워지는 건, 영원할 줄 알았던 풍요로운 바다를 아끼지 않았던 때문이 더 큰 것이다. 

무분별한 어업으로 고갈되는 바다. 풍부한 바다 생물 대신 그 자리를 대신한 폐어구. 반복되는 악순환. 더 이상 바다의 고갈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현재의 과도한 어업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현재 해양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전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아직 국내엔 어업을 금지하는 해양보호구역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활발한 어업을 ‘저해’한다는 생각에 업계 반발이 이어지는 부분이지만, 쉼이 가장 필요한 특정 구역을 ‘보호’하면 바다 전체의 생태계가 더 나아진다는 것을 해외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시셰퍼드 코리아는 “해외에서는 어민들이 직접 마음을 모아 어업을 금지하고 성곡적으로 바다를 회복시킨 사례가 많다”라며 오히려 바다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 풍요로운 바다와 어업을 오래도록 영위하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는 그물에 엉켜 죽는 생물 하나, 하나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그 원인이 된 폐그물은, 무분별한 어업에서 비롯된다. 무분별한 어업은 ‘무한할 줄’ 알았던 바다를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황폐화하고 있다. 바다는 지구의 70%를 뒤덮고 있고,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막대한 역할을 한다. 더 이상 그물에 걸려 죽는 생물이 없도록, 바다가 어업 쓰레기장이 되기 대신 기후를 조절하는 본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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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목서윤 전주MBC 아나운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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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그물 #폐어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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