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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전주다운 새로운 축제의 탄생, 그 지속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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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난장 공연모습. 출처=전주문화재단

2023년 전주에 새로운 형태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축제의 이름은 ‘전주예술난장’. ‘난장’이라는 단어에서 옛 풍남제 난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필자 또한 그랬다. 전주종합경기장 일대의 백제로의 차량을 통제하고 그 큰 대로를 걸어다니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흥분되는 일탈이었다. 여기저기 질서없이 틀어대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산처럼 쌓아놓은 음식을 보며 군침을 다시거나 코를 킁킁 거리고, 기웃기웃 사람 구경을 하며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다니는 일은 목적이 없어도 그저 재미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같은 반 친구들 우연히 마주치면 오늘 학교서 만났지만 왠지 더 반가워 두 손을 붙잡고 폴짝폴짝 뛰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날 학교에서 지난밤 난장에 다녀온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서 너 그거 봤어? 넌 뭐 먹었어? 하며 은근 자랑도 했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구걸하는 걸인도 있었고, 종종 사람들이 싸움도 하고, 얼큰하게 취한 취객이 경찰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른들은 늘 외지에서 음식을 파는 장사치들이 바가지 요금을 받는다고 욕하곤 했다. 무질서 자체였지만 매년 전주 사람들은 난장을 기다렸고, 어린 필자도 좋아하지도 않는 뽕짝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따라 난장에 어서 가야할 것 같은 이상한 의무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전주 난장의 여러 단점들이 문제화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그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북연구원 장세길 박사는 풍남제 난장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를 풍남제를 관광객이 오는 관광축제로 발전시키자는 전문가와 언론으로 의견으로 인해 본연의 일탈성을 금지하고 질서있게 정리하면서 재미없고, 특색도 없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축제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돈 버는 축제를 만들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인해 전주 시민들의 일탈의 창구였던 시민축제만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전주예술난장’을 기획한 사람들이 ‘난장’이라는 단어를 통해 지난 날의 ‘난장’을 기억하는 전주 사람들의 추억을 소환하려고 했는지, 난장의 일탈성을 되살리고자 의도했는지는 잘 모른다. 전주에 ‘예술’과 ‘난장’을 붙인 축제 이름이 처음에는 약간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 축제가 ‘거리예술축제’라는 것을 알고 나니, 꽤 적합한 이름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요즘 새로 만들어지는 축제 이름에는 선을 넘는 장난스러움이나 적합하지 않은 영어표현이 다수인데, 한글만 사용한 것도 자신감 있어 보였다. 난장은 그야말로 거리의 판이였고, 그 일탈성의 의미를 거리예술로 연결하여 축제 판을 펼치는 것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있을 것이다. 그렇게 2023년 전주예술난장은 한옥마을 일대에서 축제를 시작했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도 2023년 전주예술난장에서 우수한 국내 거리공연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즐거운 관객이 되었다. 특히 축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어떤 기관에 위탁하지 않고, 지역의 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모여서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축제운영의 품앗이라고 해야할까? 축제현장에서 소리꾼 S는 관객 안내를 하고 있었고, 기획자 H는 크레인을 섭외하고 예술가들의 안전을 점검했다. 갑자기 만들어진 규모있는 축제에서 전주 예술판의 젊은 일꾼들이 크고 작은 일은 나눠 함께 축제를 만드는 모습이 듬직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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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린 거리공연 모습. 출처=전주문화재단

그러나 동시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첫 번째는 장소였다. 한옥마을의 가을은 축제가 없어도 인산인해이다. 그 가운데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왠지 쉬운 시작으로 보였다. 물론 많은 인파를 뚫고 축제를 운영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전주 내에서 한옥마을이 아닌 곳에서 관객을 모으는 것은 기획자들에게 엄청난 과제이기 때문에 한옥마을을 선택한 이유가 이해되긴 했다. 그러나 한옥마을에서 전주예술난장을 만난 관객들은 비록 즐겁게 공연을 봤어도 축제의 존재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저 한옥마을에 관광와서 운 좋게 만난 공연만 기억하고 전주예술난장이라는 거리축제의 이미지는 희석될 수 있다. 또 하나는 거리예술에 대한 이해였다. 거리예술은 그저 거리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실내공연장에서 하던 컨텐츠를 거리에서 그대로 공연하는 것은 거리예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마도 거리에서 하는 공연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거리예술은 거리(밖)라는 공공의 영역에 예술의 생동감을 불어넣는 예술장르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독창적인 예술 행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대중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방법이 면밀히 고려되야하는 장르이다. 거리예술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 감동을 주는 방법, 공간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 해당 예술 장르의 적합한 구현 방법 등 깊이 있게 연구하고 접목해야하는 부분이 많아 보였다. 

 서울, 안산에서 이미 거리예술축제는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과천은 우리나라 거리예술축제의 대표격인 축제가 있었는데, 행정기관의 아쉬운 판단으로 옛 명성은 사라졌다. 각각의 거리축제마다 대중성, 예술성, 거리예술 창작 등 균형있게 축제를 운영하고자하는 고민들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전주예술난장은 거리예술축제의 후발대라고 볼 수 있는데, 전주의 예술적 장르와 지역 문화행사의 성격들은 넓게 비교해 볼 때 거리예술축제는 가능성 높은 장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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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린 공연모습. 출처=전주문화재단

2024년 두 번째 전주예술난장이 펼쳐졌다. 나의 아쉬움을 누군가에게 말한 적도 없는데, 그 아쉬움이 채워졌다. 장소가 변경되었는데, 매우 도전적인 장소였다. 팔복동의 산업단지. 와! 나는 감탄이 나왔다. 용기있는 선택! 

팔복동은 지금도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있는 삶의 일터인 공장과 들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된 문을 닫은 공장, 그리고 어떤 토양에서도 가꾸고 보듬으면 문화예술의 생명이 싹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팔복예술공장(전주문화재단)이 공존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팔복동에 대한 향수가 있다. 값싼 집세 때문에 살던 때가 있는데, 아직도 그곳에서의 조용한 동네 모습, 개짓는 소리, 볕 좋은 날 옥상에서 빨래를 널던 때가 생각난다. 집주인 아저씨는 팔복동이 예전에는 정말 활기찼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공장이 많으니, 사람이 많고, 집집마다 남은 방을 세주어 대문 안에 3~4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더불어 식당도 생필품점도 많았다고 팔복동의 영광의 시절을 자랑하셨다. 그러나 도시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팔복동은 전주에서 자주 거론되지 않은 곳이 되었다. 전주의 중심도 여러번 변했다. 쇼핑센터도 극장도, 체육시설도 많지 않은 곳, 아마도 거주자가 아니면 팔복동에 자주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전주문화재단 팔복예술공장이 들어선 뒤 문화예술 활동의 싹이 트고 점점 팔복동의 이미지가 문화예술지구로 확장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팔복 거리에서, 공장 앞에서, 기찻길 옆에서, 공장 문을 열고, 축제의 판이 펼쳐졌다. 아이 보기 힘든 곳에 유모차 부대가 들어오고, 데이트족이 들어오고, 어르신들이 자전거를 끌고 구경나왔다. 철길 옆을 달리는 꼬마 기차 속에는 웃는 얼굴이 가득했다. 축제는 사람 많은 곳에서 하는 것이라고, 누가 그런 나약한 말을 했을까? 간혹 화물트럭만 다녀 먼지가 수북했던 거리는 축제를 찾은 사람들의 걸음에 자연스럽게 먼지가 날아갔다. 그 자리에 웃음소리, 환호와 감탄, 그리고 맛있는 음식 냄새와 플리마켓의 불빛이 빛나고 있었다. 거리공연 구역마다 새로운 볼거리에 관객들을 행복했고, 예술가도 행복했다. 이곳에서는 음향의 부딪힘도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언제 유리창이 사라졌는지 모를 공장 창문을 통해 배우들이 열연을 하고, 관객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용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일제히 밤하늘을 바라보았고, 아이들은 삐에로가 만드는 버블을 터트리려 깡충깡충 뛰어 다녔다. 올해 전주예술난장의 의미는 ‘팔복’이라는 장소의 특별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주 사람이든, 관광객이든 한번도 찾지 않았을 장소로 사람을 모이게 했고, 그 시공간을 유명인이 아닌 축제의 힘으로 채웠다. 세상에 좋은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렇게 축제가 필요한 장소를 찾아 판을 벌일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운영 구조나, 관객 편의 제공, 홍보 등 아쉽고 발전시켜야하는 부분은 아직 많다. 이제 2회를 마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비난이 아닌 애정의 비판으로 하나하나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필요하다.  

예술축제는 축제를 채우는 예술가와 관객, 해마다 새롭게 나오는 이슈, 일하는 사람, 예산이나 운영을 위한 제반 환경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매년 과제를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축제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 과제를 하나씩 푸는 과정일 수 있다. 축제의 결과를 몇 명의 관객이 왔는지, 수익이 얼마인지, 협찬은 얼마 받았는지로 평가한다. 물론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예술축제의 성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은, 창의적이고 차별성 있는 예술적 행위가 용인되고 수용되는지, 그것이 관객과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이 지역의 문화적 토대를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팔복의 거리에서 내년에도 전주예술난장을 만나길 기대한다.

 

한지영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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