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본회의장에 집행부 과장(5급) 이상 49명 배석
전북자치도의회·전주·익산·정읍시 국장(4급) 이상만 배석
시의회 회의규칙·조례에 없는 구태 관행, “업무 지장 초래”
군산과 비슷한 규모 지방의회서도 비효율적인 관행 ‘지적’
“본회의장에 2시간 넘게 허수아비처럼 앉아 있어야하니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죠.”
군산시의회(의장 김우민) 본회의 개·폐회식에 집행부 과장(5급) 이상 공무원 배석을 놓고 행정력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과장급 배석은 관료 문화에 따른 관행에서 비롯된 것인데, 시대 변화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군산시의회의 개회 및 폐회 날이면 본회의장 뒷자리에 49명의 집행부 과장들이 업무노트를 들고 배석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들은 발언권도 없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업무 시간에 평균 2시간가량 본회의장에 앉아있다.
실제 지난 11일 열린 군산시의회 정례회 때도 오후 2시부터 4시 넘어서까지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때문에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각종 회의, 결재, 출장 등을 나가지 못해 행정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일 뿐, 과장급 이상 배석은 군산시의회 회의규칙이나 조례에도 없다.
반면 전북자치도의회를 비롯해 전주·익산·정읍시는 국장(4급) 이상 공무원만 배석한다.
업무보고 때도 마찬가지다.
시의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는 해당 국·과장부터 계장, 심지어 7급 주무관까지 거의 배석해 이 시간 동안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군산시 5급 공무원 A씨는 “중요하거나 시급한 현안이라면 담당 과장이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설명하는 게 마땅하지만, 본회의에 발언권도 없는 실무 과장이 배석하는 것은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의원들의 눈치 때문이다”며 “실무 과장들을 거의 2시간 이상 허수아비처럼 묶어두면 이 시간 동안 행정업무는 멈출 수밖에 없어 일선 과장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관행에 대해 전북자치도내 지방의회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은 “과장급 본회의 배석은 처음 듣는 일이고 이례적이다. 공무원들은 의회에 배석하는 것을 상당히 껄끄러워하는데 과장급까지 배석시키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며 “인구 및 국장급이 적은 기초단체의 경우 일부 과장 배석은 이해되지만, 군산·익산·전주 등 인구 20만 명이 넘는 기초단체는 그런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산과 비슷한 규모의 타지역 기초단체도 이러한 상황인지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익산시의회 A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 과장급이 참석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본회의 개·폐회식에 과장급을 배석시키는 것은 불필요하며, 시대에 뒤처지는 구태로 자칫 집행부 길들이기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우민 군산시의회 의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의원총회 등을 통해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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