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가 잘못 가르치고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일재의 잔재가 학교 교육에 남아있어서는 안된다.
백두대간.
슬기로운 선조들의 일면에 또 한번 전율하듯 감동받게 했던 백두대간은 순창 출신 여암(旅庵) 신경준선생이 쓴 ‘산경표’에 의해 정립됐다.
조선 영조때의 실학자 신경준(1712∼ )은 ‘훈민정음운해’를 집필한 국어학자이면서 ‘동국문헌비고’를 집필한 지리학자이다.
산경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산줄기 체계는 과학적이다. 그리고 한국의 땅과 산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 1백년전 즉 1900년까지 국가에서 공인했듯이.
이제 2000년을 맞아 산경표의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은 공기(公器) 전북일보가 깊이있고 체계적으로 다루려 한다.
여기에는 ‘친구와 대화하는 기분으로 늘 산을 오르내리는’ 김동곤 전북산사랑회 회장과 ‘산이 좋아 산을 존경하고 아끼는’ 김정길 전북산사랑회 총무가 본보 취재기자와 함께 한다.
백두대간 호남정맥을 따라 도내 50개의 산을 찾아 경건하고 숙연하게, 그리고 최대한 알기 쉽게 올 한해를 이어져갈 시리즈에 도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줄기는 백두대간(白頭大幹)과 13정맥으로 이루어져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며, 도상거리로 1,625km이다. 나무에 비유하면 백두대간은 큰기둥이요, 13정맥(正脈)은 큰가지이며, 정맥에서 나누어진 지맥(支脈)은 작은가지라 할 수 있다.
17세기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 권1 천지문은 "백두산은 우리나라 산맥의 조종이다. 왼쪽 줄기는 동해를 끼고 뭉쳤는데, 하나의 큰바다와 백두대간은 그 시종을 같이 하였다. 대체로 일직선의 큰 산맥이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중간에 태백산이 되었고, 지리산에서 끝났으니....."라고 백두대간의 개념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리고 백두대간의 지리개념인 산경표(山經表)는 조선후기에 발간된 지리서(地理書)인데, 우리나라 산줄기들의 명칭과 거기에 속하는 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책이다. 또 산경표에서 산경(山經)은 한의학, 풍수, 지리 등 경각을 표현해야하는 학문에서는 경(經)과 혈(穴)의 개념이 가장 중요한데, 혈은 하나의 지점을 애기하는 것이며, 경은 끊기지 않는 흐름을 뜻한다.
따라서 산경은 산들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 즉 산줄기를 일컫는다.
백두산은 단군시조께서 나라를 연 곳이며, 단군이래 민족의 성산(聖山)이다. 그리고 옛부터 두류산(頭流山)이라하여, 백두산의 큰 흐름이 멈춰선 곳을 의미한다. 또 백두산은 대륙을 향해 열린 창(窓)이며, 대륙을 향해 힘차게 뻗는 창(槍)이다. 백두산이라는 창을 통해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산줄기 백두대간은 곤륜산을 넘어 히말리아까지 이르게 된다.
전북은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의 중심부에 위치, 곳곳에 명산이 자리잡고 있다.
13정맥중의 하나인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분기되어 팔공산, 마이산을 지나 완주 주화산(모래재 휴게소 위 0.6km 지점)에서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나뉜다.
금남정맥은 운장산, 대둔산을 지나 부여까지 이어지며, 호남정맥은 만덕산, 오봉산, 내장산을 지나 전남 광양의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그런데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한 뒤, 민족정기를 말살시키기 위하여 산경표의 백두대간 지리개념을 배척하고, 1903년에 일본지리학자인 '고토 분지로'가 지질(地質)중심으로 연구한 논문인 '산맥(山脈)개념'을 우리의 지리교과서에 강제로 도입시켰던 것이다. 그뿐인가. 일제는 우리나라 명산의 정수리마다 단혈철주(斷穴鐵柱)를 박아놓았고, 경복궁을 4분의 1이나 헐어내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건축하였다. 그리고 동해를 일본해로 몰래 바꾸어 놓았고, 독도의 영토분쟁을 일으키며, 백두산 장군봉을 '대정봉'으로 개명하였다. 또 仁王山을 仁旺山으로 개명하여 일본왕산이라고 우기고, 마을의 이름과 산의 이름을 바꾸는 등 가증스런 행위를 저질러 온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지금까지 백두대간을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호남정맥'은 '노령산맥'으로 왜곡된 지리교육을 받아왔던 것이다.
운명적으로 1980년의 어느날, 이우형이라는 산악인에 의해 인사동의 고서점에서 '산경표'가 발견되었고, 모일간지에 "국내산맥 이름을 일제가 바꾸었다"는 기고를 하게 되었다. 이를 기폭제로 많은 산악인들이 백두대간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은 구전(口傳)을 통해 산악인들에게 퍼져나갔다.
또 산경표에 기술된 남쪽의 백두대간을 따라 향로봉에서 지리산까지 도상거리 690km를 종주하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게 되었다.
전북에서도 김동곤씨(전북산사랑회 회장)가 뜻있는 산악인들과 백두대간을 1년4개월에 걸쳐 종주하고, 이를 ‘오직 단 하나의 길을 따라 백두대간을 가다’라는 간행물로 발간하는 쾌거를 이룬바 있다.
지금은 호남정맥 종주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전주상공회의소 김정길 총무부장도 뒤늦게 나마 여기에 참여하고, 인터넷홈페이지(http://www.deungsan.pe.kr)에 전북의 50대 명산과 백두대간을 올렸고, 앞으로 호남정맥 종주도 소개할 예정이다.
실제로 우리고장의 영산인 모악산에서 산경표에 기술된 호남정맥과 백두대간을 따라가면 우리나라의 산줄기들이 물을 건너지 않고 모두 이어진다.
그러나 지도상에 나타난 노령산맥과 소백산맥, 태백산맥을 따라가면 산줄기가 엿가락처럼 끊기고, 강줄기에 가로막힐 뿐이다.
왜냐하면 산맥도(山脈圖)는 땅속의 지질구조를 그려서 생성년대가 같거나 생성방법이 같으면 같은 산맥으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들어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나라의 지리교과서를 산경표의 '백두대간'의 지리개념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과 도민들은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제가 왜곡시켜 놓은 '산맥개념'의 교과서로 지리교육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의 부활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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