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남보다 목욕을 자주 하는 편인 회사원 박모씨(43.전주시 완산구 삼천동)는 “대중목욕탕에 갈때마다 매번 불쾌한 일을 겪는다”며 우리 목욕문화는 왜 개선되지 않을까 고민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털어 놓았다.
설을 앞두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간 박씨는 “30대 남자가 샤워도 하지 않고 욕조에 몸을 풍덩 들이미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조용히 그를 나무랐지만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현실을 아들 이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탕안의 물을 흐리고 더럽게 하는 직접적인 행동인데도 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나무라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박씨를 더욱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수건이나 비누, 바가지 등이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려있을 때다. 물건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제자리에 놓는 것이 상식. 그러나 타올이나 비누, 1회용 면도기, 수건 등이 사용된 뒤에 내팽개쳐 있기 일쑤여서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는 것.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빨래감을 가지고 와 목욕탕에서 빨래를 하는 일도 있다.
샤워기 앞에서 비누칠을 하면서 바닥을 온통 비눗물로 흠뻑 젖게 만드는 광경도 흔하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옆 사람에게 비눗물이 튀어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본 업무’에만 열심이다. 박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상대방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동이 발생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의 목욕문화도 이러한 후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바꿔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대중목욕탕을 마치 자기집 풀장처럼 여기는 듯한 행동거지를 보이는 사람들도 많아 빈축을 사는 사례들도 있다. 목욕탕안에서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거나 사우나 안 또는 욕탕 바닥에 볼썽 사납게 벌렁 누워있는 광경, 큰 소리를 내어 떠드는 행태 등도 자주 경험하는 꼴불견 사례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대중목욕탕에서 이런 행동거지를 보이는 것에 대해 수치로 알아야 하는데도 당연시하고 있고 아이들이 욕탕에서 떠들거나 수영장에서처럼 행동을 해도 말리거나 혼내는 사람들도 없다.
이러한 후진적인 의식과 관행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대부분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을 의식하며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욕탕안에서도 예절이 있는 법이다.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엄연히 목욕문화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런 목욕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면서 이같은 몰지각한 행태를 보이는 일부 그릇된 사람들도 문제지만 목욕업소들도 청결유지와 서비스향상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욕조에 더러운 물질이 둥둥 떠 다녀도 물갈이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물이 빠지는 홈이 막혀 물이 흥건하게 괴어 있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장시간 방관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건과 비누 때타올 등이 너절하게 곳곳에 널려 있어도 치우지 않거나 비눗물 흔적이 남아있는 바닥을 닥지도 않고 오래동안 방치해 두는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이용객들이 이런 광경을 보고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한다면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식이 없이 종전의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쾌한 광경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목욕탕을 청결히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은 업소들의 몫이다. 서비스향상은 커녕 청결유지 등 이같은 기본적인 일에 게을리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머지않아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목욕장업소들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도 마련돼 있다. 목욕장 시설은 항상 청결히 유지해야 하고 탈의실 휴식실 화장실 등은 매월 1회 이상 소독을 해야 하며 욕조수의 탁도는 3도 이하로 해야 한다든가 또는 사우나실의 온도(습식 섭씨 60도 내외, 건식 80도 이상 유지)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목욕탕의 시설 및 설비가 오손된 때에는 지체없이 수리해야 하며 세탁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규정된 준수사항이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남을 배려하고 의식하며 행동할 때 목욕문화는 자리잡아질 것이며 업소들 역시 이런 기본적인 준수사항을 지키고 서비스를 향상시킬 때 신뢰가 형성돼 경쟁력도 확보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