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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약자 희생 동반하는 소비행진

 

매주 금요일은 푸른꿈의 '소비없는 날'. 쓰레기를 줄이고 적게 소비하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노력이다. '소비없는 날'은 생태학교를 지향하는 우리 학교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식당 안의 학생소비조합은 하루 동안 판매를 하지 않지만, 깜박 잊고 동네 가게로 향하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 어제도 과자를 사러 가는 두 명의 아이를 관사로 데리고 와서 다과를 나누기도 하였다. '적게 소비하기'가 생활습관으로 정착되려면 아직 생각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소비로의 탈출'을 의미하는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캠페인이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되었다. 지구상의 50여 개 나라에서 함께 벌이고 있는 이 운동은 단순히 과소비를 줄이자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이상의 소비를 자극하는 사회적인 구조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던지고, 대안도 함께 생각해 보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이들은 가장 먼저 광고를 소비충동의 원인으로 꼽는다.

 

'소비'를 화두로 진행된 수업시간. 둥근 지구의를 바라보며 짚어보았다. 석유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에서는 아직도 미군이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그 전쟁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대한민국은 파병을 선택하였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없으면 못 살 것처럼 되어버린 휴대폰. 그 부품 원료인 콜탄을 캐내기 위하여 시작된 아프리카에서의 광산 확보 다툼은 콩고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폰과 함께 필요이상으로 보급되어 가는 컴퓨터는 많은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파헤쳐 놓았고 그 쓰레기는 중국을 비롯한 제3세계에 버려지고 사람들에게 중금속 오염을 남기고 있다. 아이들은 새로운 디자인과 신상품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신상품을 만들어내고 옛 물건을 버리기 위해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알지 못한다.

 

지금 부안에서는 핵폐기장 문제로 크나큰 진통을 겪고 있다. 핵이 대안에너지가 될 수 없고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정책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에 다수의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더 가지고 쓰며 살아야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희생을 동반하는 소비행군을 멈추게 될 것인가. 지금보다 적게 갖고 덜 소비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지 않으면 그 답은 없다.

 

다음 수업시간에 우리는 각자 자신이 미래에 하고자 하는 일, 꿈에 대하여 생태적 가치를 부여하여 정리해온 것을 함께 나누어 보기로 하였다. 소방관, 건축가, 파티플레너, 주유소경영, 음악가, 유치원교사, 의상디자이너 등 아이들의 다양한 꿈, 직업 안에 조금은 특별한 정신이 표현되길 바라는 과제이다. 앞으로 이삼십년 후면 고갈이 된다는 석유를 자원으로 주유소를 운영하려는 아이가 직업 경영을 어떻게 그려올지 기대가 된다.

 

푸른꿈 교육이 맺을 열매는 그렇게 멋 훗날 아이들의 소박한 삶 속에 투영되는 빛깔로 확인될 것이다. 서로 경쟁하고 비교하며 더 소유하고 쓸 것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푸른꿈의 교사와 학생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기와 이웃을 돌아보며 되도록 검소하고 단순하게 살아갈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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