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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데이트] 전주시 진학부장협의회 시태봉 회장

 

10일부터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성적까지 발표되었지만, 입시생들에게 대학 선택은 또한번 치루어야할 전쟁이다. 어느 대학을 갈것인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오늘의 현실에서 대학 선택은 입시전략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수험생 못지 않게 1년동안 노심초사하며 입시준비의 고된 과정을 함께해온 고3 진학반 교사들에게도 원서접수는 치열한 전쟁판과도 같다.

 

대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눈앞에 두고 입시전략을 짜느라 하루가 바쁜 전주시 진학부장협의회 시태봉회장(54, 완산고 교사)을 만났다. 인터뷰 약속을 위해 전화 했을때 그는 시내에서 전주 완주지역 고등학교 3학년 진학부장들과 각 대학 입시전략을 분석하느라 회의중이었다. 오후 늦게까지 계속된 회의를 통해 마음 놓이는 전략을 얻었을까 궁금했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연이어 3학년을 맡았던 입시 노동 교사(?) 답지 않게 그의 얼굴은 밝았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성적이 그런대로 잘나와주어서라고 했다. 중상위권의 부상은 전체적인 흐름이지만 완산고 역시 평년작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의 고3 담당 경력은 15년에 이른다. 교사 생활 3분의 2를 입시 전담 교사로 지낸 셈이다. 아이들을 입시 지옥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맞닥뜨린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였다며 그는 웃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해도 여전히 학벌이 앞세워지는 사회풍토에서 어느 대학을 가라고 권할 것인가가 그는 가장 어렵고 곤혹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시전략에 대한 입장은 냉정했다. 15년 노하우의 결정판을 들어보는 일은 흥미로웠으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입시 현실이 안타까웠다. 모든 수험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는 방법은 없겠느냐고 허투루 물었더니 만면에 웃음을 띠며 '이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

*수능성적이 발표되고 10일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데 고 3교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수능이 끝난뒤 아무래도 학습 분위기는 달라질 수 밖에 없지요. 입시 자체가 끝난 것이 아니고 대학 중에는 논술과 면접을 치루는 곳도 적지 않아서 아이들의 부담이 모두 덜어진 것은 아니예요. 차분히 논술이나 면접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아이들의 들뜬 분위기를 안정시키는데 신경 쓰고 있습니다.

 

*최근 재수생 강세가 지속되면서 재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재수를 결정하거나 일단 입학한후 다시 수능에 도전하는 반수생들이 늘고 있는데요.

 

-올해 역시 재수생들의 성적이 높다고 하지요. 전반적으로 점수가 높아졌지만 재수생들의 폭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게다가 복수정답 사태까지 겹쳐 여러가지로 상대적 박탈감이 큽니다. 그러나 예년처럼 재수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반수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내년부터 7차교육과정에 맞추어 수능체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재수생들에게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저희도 그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입시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거기 있습니다. 재수를 하면 20-30점 이상 더 나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재수를 한다고해서 무조건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언어영역이 약한 학생들이라면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경험으로 볼때 상위권 아이들이 한해 더 공부해서 점수를 올리는 일은 더러 있지만 그외의 경우는 효과를 못보더라구요. 올해 우리 학교의 경우도 재수생들이 많이 응시했는데 고득점자는 재학생에서 나왔습니다.

 

*내년부터는 제 7차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체계가 달라집니다. 올해는 중상위권의 분포가 어느해보다 두터워져서 치열한 눈치보기가 예고되지않습니까. 수험생들에게 입시전략을 전해주신다면.

 

-올해 고 3생들은 6차교육과정 마지막 세대입니다. 그러니 수능체계가 달라지는 내년에 다시 도전하는 일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어느해보다도 눈치작업이 치열해지겠지요. 문제는 대학 선택의 기준입니다. 우선 자기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라는 것 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 선택입니다. 그 다음이 대학 선택입니다. 의식이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대학 간판에 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학부모들의 맹목적인 서울 중심 의식은 심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적성과 진로를 염두에 두고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장래가 있는 과를 선택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학교는 그 다음이지요. 예전에는 학교간 경쟁으로 서울대에 몇명 보내느냐가 관심사였습니다. 과는 관계없었지요. 무리한 권유도 그래서 이루어졌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학교 간판보다는 어느 과느냐가 중요하지요. 자신이 전공할 과를 정해 학교를 선택한다면 재수생도 줄어들게 됩니다. 취업에 대한 전망은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입시지도의 어려움이 많으시지요.

 

-입시정책에 대한 확신이 가장 어렵습니다. 정책을 제대로 분석해야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있지요. 아이들이 교사들의 권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지 않을때도 고통스럽습니다. 당장 눈앞의 욕심에 앞서 대학을 선택하는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지만 학부모까지 끝내 결정을 굽히지 않은 예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지방대학에 대한 선입견은 너무 견고해서 그 틀을 깨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국어교사인 시회장은 서예가다. 강암연묵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근래 5년여동안은 붓을 놓고 살았다. 대신 아이들을 지도하며 틈틈히 중국어를 공부해온지 10년이 되어간다. 그는 '고 3생들은 사회로 진출하는 관문에 놓인 아이들이다. 입시에 모든 것을 묶어둘 수 밖에 없지만 그래서 교사로서 자기연찬을 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입시 일정이 모두 끝나면 짧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그 자신은 아이들의 입시전략에 성공했는지를 물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공혜자씨와의 사이의 두 아들은 각각 고려대 전산학과와 우석대 유통통상학과에 다닌다. 그는 둘다 과를 먼저 선택하고 결정한 대학이라고 했다. 아이들이나 자신이나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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