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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해성중 뒷산서 총맞은 채 발견된 '고라니'

 

"말이 통하지 않는 야생동물이지만 인간의 학대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요.”

 

29일 오전 9시30분 전주시 삼천동 해성중학교 뒷산. 고라니 한 마리가 피를 흘린 채 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피해 2∼3m 거리를 절뚝거리며 옮겨다녔다. 힘차게 산 속으로 달아나질 못했다. 교사는 순식간에 90㎝ 크기의 고라니를 두 손으로 끌어 안았고, 고라니는 신음소리를 토해 내며 더이상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가끔씩 인간을 원망하는 듯한 울부짖는 소리를 냈을 뿐.

 

이 학교 2학년 김윤철군(15)은 난생 처음보는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야생동물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살려주세요. 집에 가고싶어요'라고 애원하는 듯한 고라니의 커다란 눈망울을 본 순간 신기함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고,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신음을 토해내며 인간을 경계하던 고라니의 눈빛이 너무도 가엾기만 했다. 고라니의 우측 뒷다리 부위에는 공기총 총알이 통과한 흔적이 뚜렷이 보였다.

 

학교측은 서둘러 119 구급대에 신고하는 한편 야생동물보호협회에 연락해 고라니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으나 현재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이날 협회에 신고한 윤신석 교사와 남상민 학생부장(50)은 "전주 시내권인데다 아이들 학습공간에서 불법 밀렵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어른들의 무분별한 행위가 야생동물과 학생들을 고통속에 몰아넣고 있는 만큼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남형우 회장 또한 "완주, 진안, 장수 등 일부 수렵 허가지역을 제외하고 야생동물을 잡는 것은 위법이다”면서 "학교 인근에서 고라니가 총에 맞아 부상당한 채 발견됐다는 것은 불법 밀렵행위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제 야생동물보호협회 치료센터에는 너구리 4마리, 고라니 1마리, 조류 등 10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총에 맞거나 덫에 걸려 부상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협회측은 올 해 2백개 이상의 덫과 올무를 산속에서 수거하는 등 야생동물이 인간의 유희에 고통을 겪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고라니는 반달가슴곰, 멧돼지, 까치살모사 등과 함께 보호대상 야생동물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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