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아이들이 시골 대안학교로 여행을 떠났다.
김제시 성덕면 묘라리,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자그마한 자율학교인 지평선중학교가 목적지다. 하지만 정작 여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난해 도내 첫 대안중학교로 문을 연 지평선중학교가 5일부터 7일까지 첫 번째 겨울 계절학교로 마련한 '나를 찾아 떠나는 3일간의 여행'.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나'를 찾기위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보고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실험학교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는 전국 각 초등학교 5∼6학년생 31명이 참가했다. 서울과 부산등 타지역에서 온 아동이 절반. 자율학교 대안교육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방학을 이용, 자녀를 보냈다는 게 교사들의 분석이다.
2박3일간의 캠프기간 아이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며 특별한 체험을 했다.
프로그램은 혼자서 하는 얼굴 석고뜨기와 여럿이 하는 활동으로 미디어 놀이·그림자극·색깔놀이등이 준비됐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격식이나 형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프로그램별로 담당교사들이 배치됐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에 그친다.
아이들은 교실 바닥에 엎드려 있기도 하고 맘껏 떠들기도 했지만 교사들의 지시에 따르는 게 훨씬 편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색깔놀이 교실. 좋아하는 색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싫어하는 색으로는 싫어하는 그림을 그리라는 과제가 제시됐다. 성훈이는 칠판에 세워진 화판앞에서 좀처럼 선택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좋아하는 색 한가지만을 택해야 하는 게 불만이었다. 결국 성훈이는 2가지 색을 골라서 마음껏 색칠을 했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친구들이 앞에나가 그린 그림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설명하라는 과제를 받고 난감해했다. 그림을 요모저모 뜯어보아도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보이는대로, 있는 그대로 적어낼 수밖에 없다.
또 미디어놀이에 참가한 아이들은 직접 인터뷰도 하고 신문도 만들었다.
금강하구둑으로 나간 철새 탐조활동도 이색 체험이었다.
6일 밤에는 운동장에서 대나무로 달집을 만들어 태우며 강강수월래등 전통놀이를 즐겼다.
겨울밤 모닥불앞에 또래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동치미와 함께 먹는 시골의 군고구마 맛을 빌딩숲에 갇혀 있던 도시 아이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부모의 권유로 시골학교에 온 도시 아이들이 3일간의 이색체험에서 '나'를 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찾아가는 길을 배웠다면 성과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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