坐久不知香在室터니 推窓時有蝶飛來라
좌구부지향재실 추창시유접비래
오랫동안 앉아 있다보니 방안에 향기가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창문을 밀어젖히니 그 때 어디선가 나비가 날아들어 오네
명나라 사람 여동록(余同麓)이 쓴 〈영란(?蘭:난초를 읊다)〉시의 3, 4구이다. 처음 두 구절은 다음과 같다. "내 손수 난초와 혜초를 2, 3년 동안 북돋우고 가꾸었더니만 날씨가 따뜻해 지고 바람이 온화해지면서 차례로 꽃이 피었구나(手培蘭蕙兩三載 日暖風和次第開)” 이렇게 핀 난초가 방안 가득 향기를 내뿜고 있지만 주인은 향기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향기 속에 앉아 있다보니 향기에 취하여 코가 이미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창문을 열었더니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그 향기를 맡고서 날아 들어온다. 그제야 방안 가득한 향기를 실감한다. 난초 향기만이 아니라 사람의 향기도 이와 같다. 늘 함께 있는 사람은 함께 있는 그 사람의 향기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도 "동네 송아지는 항상 송아지다”는 말이 있다. 늘 보는 송아지는 아무리 커도 항상 송아지로 보인다는 뜻이다. 가까이 모시고 있는 선생님은 그 선생님이 얼마나 귀한 분인 줄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타향에 가서는 그 선생님의 성함만 대도 '그 분의 제자'라는 이유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제야 선생님의 높은 덕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고장 전주에는 문화계의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있다. 함께 살기 때문에 그분들의 값진 향기를 느끼지 못하여 혹 '동네 송아지'대접을 하고 있지 않은지 잘 살펴보도록 하자.
坐:앉을 좌 久:오래 구 推:밀 추 蝶:나비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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