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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사랑 공동체 '위탁가정'

위탁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박오순씨 가족. ([email protected])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빈자리에 허전함을 느껴오던 정숙자씨(56· 전주시 평화동)는 요즘 남편과 늦둥이 자녀(?)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자녀들이 다 커서 어른이 된 이후, 하루 종일 자원봉사 현장을 누벼 온 정씨는 '위탁 양육'으로 '적적한, 이른 황혼기'를 달래고 있다. 정씨가 맡아 기르는 아이는 다섯살·여섯살 말썽꾸러기 형제들. 남들은 하나 키우기도 힘에 부쳐 절래절래 손을 흔들지만, 정씨는 달랐다.

 

부모의 불화로 할아버지, 할머니에 내맡겨 온 이들 아이는 막노동을 전전하며 겨우 생계를 잇는 불우한 가정에 못이겨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정씨를 만나 위탁가정의 품에서 따뜻한 유년기를 맞고 있다.

 

이들의 첫만남은 지난해 10월.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의 소개로 맺어진 인연이다.

 

"구부러진 나무는 어렸을 적에 잘 잡아주면 곱게 자라지만, 큰나무는 아무리 곧게 세우려고 해도 세워지지 않는 법입니다.”

 

정씨가 가정위탁양육에 뛰어든 이유다.

 

군산시 나운동의 박오순 주부(40). 중학생인 큰딸과 연년생인 둘째딸, 귀염둥이 막내 아들 등 1남 2녀의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3명도 부족해, 최근 4살짜리 남자 아이를 또 가족으로 맞이했다.

 

평소 가정위탁양육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 아들이 자꾸 '동생을 낳아달라'며 떼를 써온 터에 아예 아동을 위탁받아서 키우기로 마음을 굳혔다.

 

24일로 한지붕살이 두달째. 박씨는 "'아이'가 들어온 뒤 가족분위기가 더욱 화목해진 것 같다”며 단란한 모습의 사진을 들춰보이며 흐뭇해했다.

 

주민등록등본에도 아이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단, '동거인'으로 돼 있지만 한 가족임이 분명했다.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가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후 최근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위탁 가정을 모집해온 결과, 지난해 6월 첫 회에서는 10세대, 같은해 10월에는 18세대 그리고 올 1월에는 34세대 등으로 매회 두배 이상 증가하며 '위탁양육'은 점차 확산되고 추세다.

 

위탁 양육 초창기,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일부 가정에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황혼기를 맞은 부부'나 '한 자녀 가정'등 일반 중산층 가정으로 확대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일궈내고 있다.

 

위탁양육에 관심을 보이는 주부들이 늘고 있지만 무턱대고 '위탁모'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과 양육 경험이 있는 주부에게 위탁모 자격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의 가정 환경인지'를 확인하는 현장 방문 조사를 받은 뒤 8시간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위탁아동을 키우기 앞서 낯설음과 거리감을 좁히는 '통과의례'로 아이와 위탁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해지기 프로그램'도 필수다.

 

위탁기간은 통상 1년에서 2년정도. 통상 친가정과 위탁가정, 그리고 가정위탁지원센터 등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이들 위탁 가정에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월 7만원. 특히 위탁아동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교육비는 면제다. 위탁아동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수급 대상자인 경우 월 30만원 정도의 생활비도 지원된다.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 배인권 상담팀장은 "부모의 이혼이나 아동학대, 수감 등으로 정상적인 가정 생활이 불가능한 아이의 경우 무조건 시설에 내맡기기보다는 일반 가정에서 키울 때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서"위탁 양육은 우리 사회에 버려진 아이들을 거둬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내 올 1월말 현재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만 15세 미만 소년·소녀가장은 모두 8백76명으로, 이중 정부의 '가정위탁 전환제'에 따라 가정위탁아동으로 분류된 아이는 모두 3백58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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