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오 기자(군산주재)
"토사속에 묻힌 역사와 애국의 넋을 반드시 찾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군산 임피면 보석리 주민들의 증언으로 시작된 국군장교(소위) 유해발굴작업. 국방부 유해발굴팀 9명과 육군 35사단 장병 10명이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벌인 발굴작업은 유해 및 관련 유품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국군장교가 가매장된 곳으로 추정되는 야산 일대를 삽과 괭이로 파헤쳐간 발굴팀은 56년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음을 실감했다.
유해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토사를 긁어내던 발굴팀 장병들. 땅 속에서 발견된 나무 한 조각도 쉽게 버리지 못했던 현장 분위기. 이 모든 것이 56년의 세월을 되찾고자했던 노력이었고, 이후 발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뒤섞인 허탈감은 기록조차 없는 역사에 대한 참회의 모습이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마을주민들의 발길도 1㎞ 가량 떨어진 발굴현장으로 이어졌다. "마을 어른들이 인민군의 총과 칼에 부상을 당한 국군장교를 살리기 위해 순서를 정해 미음을 만들었지. 그러다가 보름여만에 이 군인이 사망했고, 분명 이 곳에 묘를 만들었는데. 참 이상허다, 여기가 분명한디. 세월이 모든 것을 집어 삼켰버렸는갑다." 유해발굴 실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깊은 한숨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쟁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국방부가 시작한 유해발굴사업. 군은 10만3000구의 국군유해가 전국 격전지에 묻혀있는 것으로 보고 유해발굴을 계속하고 있고, 군산에서도 처음으로 이 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벌써 흘려보낸 시간이 56년. 이번에 긁어낸 이 토사가 그냥 묻히지 않고, 기록조차 없는 역사를 재조명하고 유가족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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