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숙(전북여연 정책위원장)
조두순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건으로 아동에 대한 성폭력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지난해 아동성폭력이 88.9%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에 대한 성폭행 관련 사건은 지속적으로 보고됐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 있는, 드러나지 않지만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나는 아동 성폭력 관련 보도를 듣게 되면, 1991년 남원에서 21년 전 자신을 강간한 이웃집 아저씨를 찾아가 살해한 김씨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성폭력에 대한 개념조차 불분명했던 시기에 성폭력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다.
지금 아동 성폭력에 대한 사회 여론의 중심에는 가해자에 대한 낮은 수위의 처벌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물론 아동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계획적이며 지속적인 교육 및 전문적인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더불어 피해 아동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씨가 피해 당시 주변의 적극적인 지지와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20년이 지난 후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동이 성폭력 당했을 경우 죄의식, 공포, 우울, 낮은 자존감, 억눌린 분노와 적개심, 신뢰에 대한 손상, 역할에 대한 갈등 및 혼란 등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의 마비, 공황, 신체적인 증상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피해 아동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자아를 강화시키는 것, 손상된 신뢰감에 대한 회복이다. 부모나 주변의 따뜻한 지지와 조사를 담당하는 경찰이나 검찰이 아동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줌으로써 자신의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의 표현은 주변의 반응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아동의 초기 진술이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은 5번의 진술하게 하여 아이의 상처를 더 깊게 할 수 도 있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동이 충분히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다양한 놀이치료 등을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여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아동의 치료는 길고 힘든 과정이다.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기에는 벅찬 부분이다. 성폭력 피해 아동의 치료를 위한 시스템의 구축과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의 아픔이 치유가 되지 않으면, 다른 아픔에 영향을 주어 쌓이게 된다. 어렸을 때 타인으로부터 받은 아픔이 그 아이의 생존에 올가미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와 주변의 적극적인 지지·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상담·신고 1391)
/김성숙(전북여연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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