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엽(완주군수)
미국 미니애폴리스시의 지역방송국에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기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다르시 폴랜드(Darcy Pohland).
그녀는 뛰어난 취재력과 열정적인 활동으로 미니애폴리스 시민의 환영을 받고 있지만, 정작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신체 장애인이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방송기자로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랜드는 젊었을 때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 탓에 전신마비란 뜻밖의 일을 당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평소 꿈이었던 방송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 92년 일선 기자로 발령됐다.
미니애폴리스 시민은 그녀의 뛰어난 취재역량에 놀라지만, 보통 사람 같으면 쉽게 포기할만한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희망을 얻는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포자기하고 세상과의 담을 쌓을 정도의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이겨내고 모든 사람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중증장애인은 다르시 폴랜드만이 아니다.
현재 독일 재무장관으로서 유럽연합(EU)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볼프강 쇼이블레(Wolfgang Schauble) 또한, 휠체어를 탄 척수 장애인이다. 지난 1990년 통일 독일의 내무장관 시절, 그는 한 정신병자의 저격 때문에 척추장애란 장애를 얻었다.
모두가 그의 정치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최소한 2년 정도 입원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일선에 복귀해 만만치 않은 행정업무를 무난히 이끌어나갔다.
독일 국민은 그에게서 독일판 루즈벨트 대통령의 기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강한 의지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는 한 신체적 장애는 일생에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아서다.
우리 주위에는 선천적 또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는 이웃들이 많다. 완주군의 경우 전체 군민의 9%인 7500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중 장애 정도가 심하고 사회적 제약을 많이 받는 중증장애인은 25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오늘도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장애는 장애일 뿐,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그 역할을 다하려면 한두 가지가 부족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불편한 몸 탓에 일자리를 갖기가 힘들다.
노동부가 2월 8일 발표한 '장애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5.8%, 고용률은 40.9%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업률은 10.6%로, 전체 인구의 3.3%보다 약 3배 높았다. 이는 전체 장애인을 고려한 것으로, 장애 정도가 심각한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곧바로 삶의 질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할 때,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장애인 정책이라 할 것이다.
완주군 봉동읍에는 2월초 '완주 떡메마을'이라는 떡 가공공장이 들어섰다. 언뜻 평범한 가공공장 같지만, 떡메마을에서는 15명의 지체 및 지적장애인이 휠체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하면서 평소 원하던 일을 한다.
떡메마을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하는 중증장애인 다수고용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앞으로 가래떡을 비롯해 다양한 떡을 만들어서 단체급식을 통해 납품하고, 고용인원도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신체적 어려움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중증장애인이 완주 떡메마을에서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에게는 거창한 말이나 허울뿐인 공간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희망을 가꿔나갈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면 족하다. 완주 떡메마을이 더 많은 중증장애인에게 희망을 선사하길 기대해본다.
/임정엽(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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