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소재 활용도에 따라 고부가가치 창출…기술 연구개발·특허등록 선점 최우선 과제…국내외 우수인력 유치·적극적인 투자 시급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바쁘셔서 그런지 인터뷰 날짜 잡기가 힘들던데…
"대형 연구사업들이 주로 서울에서 발주가 되고 또한 연구관련 예산을 따내려면 부지런히 서울을 오가야 하기에 좀 분주한 편입니다. 특히 복합소재 탄소산업 분야의 경우 서울에 전문가들이 많이 있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만큼 힘들더라도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탄소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미개척분야라 연구개발에 있어서 어려움 점도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연구개발분야는 철저히 성과위주의 자유 경쟁시장이다보니 2등 3등은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먼저 특허등록을 하느냐에 연구개발의 명운이 걸려 있죠. 탄소산업은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이 안된 분야인 만큼 선점하게되면 그만큼 폭발적 성장이 가능합니다."
-전라북도가 지역 신성장동력으로 탄소산업분야에 주력하고 있는데 방향 설정이 잘됐다고 보십니까.
"전라북도가 산업화 과정에서 좀 뒤쳐져 있었지만 탄소산업의 미래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지역발전을 이끌어갈 성장동력으로서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사실 탄소자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탄소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었지만 요즘은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죠. 탄소복합체의 가격이 아직은 비싼 편입니다. 때문에 고가의 항공기나 경주용 자동차 등에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격을 낮추어 경제성을 확보하면 기존 금속소재 못지않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탄소복합체인 탄소섬유, 나노 탄소라는 말들이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한데요.
"석유에서 탄소를 실처럼 뽑아서 그 원사(Pen)로 모양이나 틀을 짜고 여기에 고분자 수지를 입힌 것을 탄소복합체라 합니다. 탄소는 결합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강도가 높습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5 정도 가볍지만 강도는 10배나 강합니다. 또한 전도성 내열성 내충격성 치수안정성 내화학약품성 항미생물성 등이 뛰어난 소재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입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철 1kg 가격이 12달러 선인데 비해 탄소섬유는 26달러로 배이상 높습니다. "
-현재 탄소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며 앞으로 응용분야는 어떻습니까.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탄소소재는 현재 7~8만톤 정도 됩니다. 조만간 70~80만톤, 100만톤 규모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봅니다. 탄소복합체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현재 고급 자동차와 스포츠카,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기 골프채 낚시대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중장비나 조선업 해양산업 설비산업 등에도 유용한 소재입니다. 예컨대 해양구조물의 경우 탄소소재는 철처럼 부식이 안 되고 파도 등의 피로에도 강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많고 전기자동차가 나오면 철보다 가볍고 단단하기에 수요가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 탄소 소재가 산업 전 분야에 대한 미칠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며 인류의 미래도 그만큼 밝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꿈의 소재라 할 수 있는데 탄소소재 연구개발의 핵심과제는 무엇인가요.
"탄소소재 연구개발에 있어서 최대 관건은 4가지 문제 해결에 있습니다. 먼저 탄소 원사(Pen)가격이 비싸고 탄소는 서로 붙이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성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재활용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게 연구개발의 핵심입니다. 이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세계적인 이목이 쏠려있습니다."
-원사(Pen)가격이 왜 비싼가요. 이를 대체할 소재는 없습니까.
"아시다시피 원사의 원료가 되는 석유자원은 유한 자원이기에 갈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현재 Pen가격이 kg당 10~12달러에 달합니다. 또 원사를 굽는데 2시간 정도로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때문에 자연계에서 나오는 탄소소재인 섬유나 잡초 목재 등을 섞어서 연구하고 있지만 불순물이 많은게 흠입니다. 그래서 굽는 공정을 싸고 빨리하기 위해 플라즈마를 이용한 연구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이 탄소분야 연구개발에 있어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일본은 이미 40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세계 최고수준이죠. 미국 유니온 카바이트사에서 탄소섬유 개발에 나섰지만 적자가 계속나자 사업을 접고 말았습니다. 반면 일본 도레이사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투자한 결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도레이사는 T-1000(T는 탄소섬유의 강도를 나타냄)제품을 생산해 보잉사 항공기 소재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레이사의 경우 연간 2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10%가 순이익으로 탄소소재의 부가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탄소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데 어떻습니까.
"우리와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국가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은 올해 그라핀 분야 연구개발에 1조7000억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생산 현황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도 초반에 T-300정도까지 생산했었지만 일본 도레이사와의 경쟁이 어려워 1998년께 사업을 접고 말았죠. 현재 효성이 탄소분야에 특화가 되어 있어 T-700까지 생산하고 있으며 전주공장 착공으로 연간 2500톤 정도 양산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사용량과 맞먹는 규모죠. 최근들어 삼성과 제일모직 태광 등이 신수종사업분야로 탄소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때 태양광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들었다가 유럽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탄소산업 분야는 어떨까요.
"탄소산업이 지금은 시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급속히 커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가고 있죠. 남들이 못하는 블루오션이지만 또한 미지의 시장입니다. 부가가치가 큰 만큼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죠. 또한 시장은 계속변하기 마련이죠. 효성도 충분한 검토한뒤 집중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만만치 않습니다. 고가인 탄소원료 개발과 원가를 낮추는 것과 빠른 성형기술 개발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가격과 품질에 대한 경쟁력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겠죠."
-KIST 전북분원 얘기 좀 할까요. 전북분원에선 주로 어떤 분야의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가요.
"현재 탄소섬유의 경우 T-700급 상용화 기술과 T-700급 이상 탄소섬유 개발 및 용도 맞춤형 탄소섬유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요, 또 나노탄소 튜브(파이프 형태)와 그라핀(판) 등에 대한 연구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라핀은 영국에서 올해 상업화의 원년으로 꼽았는데 지난 2010년 영국 학자가 그라핀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한국출신 필립 킴 미국컬럼비아대 교수가 불과 며칠차이로 연구논문발표가 늦어서 아쉽게 노벨상을 놓쳤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넓은 그라핀은 한국에서 처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휘어지는 투명디스플레이 컴퓨터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설립됐는데 그동안의 연구실적이나 성과는 어떻습니까.
"지난 2008년 인가를 받았지만 본격 연구개발에 나선 것은 2년 정도됐습니다. 그동안 연구논문만 60편 정도 발표됐고 이 가운데 세계적인 해외저널(SCI)에 게재된 논문만 50편에 달합니다. 특허 출원 등록은 29건 정도됩니다. 특히 본원 선임연구원인 김태욱 박사의 탄소유기전자소재 연구와 나인욱 박사의 그라핀 연구의 경우 가장 좋은 연구논문으로 인정돼 해외저널의 표지논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비하면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 전북분원에서 주로 중점을 두는 기획 연구개발은 어떤 분야입니까.
"연구소는 탄소산업에 대한 기초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화 대량화가 이뤄져야합니다. 즉 학문적 가치를 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만합니다. 그런 면에 중점을 두고 신축중인 연구소의 유보용지 30만여㎡를 확보하고 고강도 탄소섬유와 탄소나노튜브 개발, 나노탄소소재의 대량합성 등에 대한 연구개발과 대량 생산화를 통해 기업체에 넘겨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연구 활성화를 위해선 앞으로 연구인력 확충과 우수 인력 확보가 필요할텐데요.
"탄소산업분야는 승자독식의 시장이기에 우수한 인적자원과 시설 확보가 관건입니다. 작년에 연구원을 5명 선발해서 현재 연구인력을 15명 확보했습니다. 8월에 연구소가 신축되면 5000평의 연구공간이 생기는 만큼 올해 추가로 19명 정도 더 뽑을 계획이고, 앞으로 80명까지 연구인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현재 우리 복합소재기술연구소 규모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지만 선진국들도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북분원차원에서 중장기 발전계획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북분원의 발전 전략에 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책 제안과 자문을 구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다양한 계층의 오피니언 리더들 10명을 어렵게 초빙해서 지난 14일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남들이 없는 것,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 아이템 발굴 등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개인적인 얘기 좀 할까요. 지난해 우리나라 국새 제작단장을 맡으셨는데 어려움은 없었는가요.
"잘 아시다시피 4대 국새 제작에 문제가 있어 5대 국새를 새로 만들게 되었는데 KIST에서 응모해 수주했습니다. 문제는 국제 금값이 급등하면서 수주당시보다 제작비용이 25%정도 추가 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 국새에 금이 6kg 정도 들어갔는데 금값이 비싸서 연습해 볼 수 도 없고 한번에 금물을 부어서 글자모양이 뒤틀림 없이 만들어야 하기에 신경이 많이 쓰였니다. 더구나 봉황과 무궁화 문양 등을 조각하는데 많은 인력이 투입됐지만 제작비가 적어 업체에서 적지않은 손해보고 제작했습니다."
-경기고 서울대를 나왔는데 공부는 어느 정도 했는가요, 동기들은 누가 있나요.
"공부는 필요한 만큼만 했습니다. 학계에서는 모교에 있는 노태원 교수가 국내 물리학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고 정계에선 고승덕 이종걸 노회찬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전라북도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탄소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인쇄전자산업이 뿌리를 내리면 전북 발전에 커다란 기회가 찾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는 변화가 심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좀 더 빨리 보고 판단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중앙만 바라보고 의존하면 시간과 기회는 그냥 지나가고 맙니다.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과 기업은 지역차원을 넘어 세계속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또한 미래산업 분야는 지역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우수인력유치에도 힘써야 합니다."
●홍경태 전북분원장 프로필= 1957년 서울태생,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재료학 석·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재료연구본부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제5대 국새 제작단장,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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