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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간직한 도내 향교 3곳 - 배롱나무 꽃구름 사이로 학동들 글 읽는 소리가…

옥구향교…최치원 자취 있고 세종대왕 숭모비도 / 고부향교…정교하게 다듬어진 대성전 앞 돌계단 / 태인향교…휴식공간 누각엔 웃기게 생긴 용머리

조선은 개인적 초탈을 꿈꾸었던 고려의 불교적 이상을 버리고, 사회와 책임을 내세운 유교를 나라의 바탕이념으로 삼았다. 향교는 국가 정책적 교육 사업으로 1읍1교 원칙에 따라 마을마다 세워졌다. 유교적 이념에 따른 유교적 인간으로 하루빨리 백성을 교화시켜야 할 절박한 필요성 때문이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당시 329개 고을에 향교가 건립되었음이 보고됐다. 현재 남쪽에 234개 향교가 있는데 도내에는 전주향교를 비롯한 26개 향교가 살아남았다. 그 가운데 우여곡절의 역사를 간직한 향교 몇 곳을 찾아가 보았다.

 

 

   
▲ 옥구향교 연륜 지긋한 배롱나무들은 내키는 대로 뻗어나간 가지마다 꽃숭어리들을 달고 있다.

△ 옥구향교

 

옥구향교는 야트막한 언덕바지에 솔숲을 병풍처럼 두르고 대성전, 단군성묘, 명륜당, 전사재, 문창서원, 자천대, 비각 등이 저마다 사연과 역사를 안고 사이좋게 모여 있다. 옥구향교는 1403년 태종 때 처음 세워졌는데 인조 때(1646년) 지금 자리로 옮겨 앉았다. 외삼문을 넘어 마당에 들어서면 풀잎이 카펫처럼 땅을 덮고, 연륜 지긋한 배롱나무들은 내키는 대로 뻗어나간 가지마다 꽃숭어리들을 달고, 반듯한 축담에 앉은 건물들이 편안하다.

 

옥구향교는 특이하다. 대성전과 담을 사이에 두고 단군을 모신 사당이 있고 그 앞쪽으로는 그 옛날 최치원이 올라앉아 글을 읽었다는 자천대가 옮겨와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비행장을 닦일 때다. 문창서원에는 숱한 전설을 뿌리고 신선이 된 최치원 선생의 초상화가 모셔졌다. 뒤쪽으로 잘 짜인 비각에는 세종대왕숭모비가 우뚝 서 있다. 무엇 하나 내치지 못해 한 품에 끌어안은 옥구향교는 소박한 기운과 따뜻한 손길이 곳곳에 스몄다.

 

 

   
▲ 고부향교 대성전

△ 고부향교

 

고부는 가없이 펼쳐진 호남평야를 거느린 큰 고을이었다. 논이 부의 척도였던 시절, 황금 낟알을 거두며 고부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식 농사에 힘을 쏟았다. 고려 말 일찌감치 관아 곁에 향교의 터를 잡고 학문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이곳은 옛 명성에 견주면 규모나 외모가 보잘 것 없다. 명륜당은 특이하게 뒤로 돌아앉아 대성전 쪽을 바라보고, 짝 잃은 서재를 옆에 두고 양사재를 건너다보고 있다. 건물마다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초췌하다.

 

그러나 대성전으로 향하는 내삼문을 올려다보는 순간, 을씨년스런 기분이 덜어지고 가벼이 전율한다. 대성전의 돌계단과 돌축담은 쇠락한 고부향교를 단번에 위엄을 갖춘 성전으로 격을 높여주는 까닭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크고 귀한 돌들이 성채를 쌓아올리듯 신전을 짓듯 정성껏 짜 맞추며 대성전을 아뜩한 높이로 올려놓았다. 게다가 늙은 은행나무와 배롱나무의 꽃구름이 대성전을 감싸 우수어린 분위기를 더한다.

 

 

   
▲ 태인향교 명륜당 전경

△ 태인향교

 

1421년 세워진 태인향교 정문은 2층 누각으로 만화루 편액이 달렸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와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가 이 고을에서 태어나 향교에 만화루가 세워졌다. 누각에는 여의주를 물고 뭔가에 놀란 듯 퉁방울눈을 부릅뜬 용이 유머러스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학생들이 휴식공간인 누각에 올라 해학적인 용들을 희롱하며 머리를 식히는 모습이 선하다.

 

태인향교는 예스럽고 단정하다. 특히 잿빛 도는, 5칸 짜리 명륜당은 옆으로 품을 벌리고 낮게 정좌한 자세다. 3칸 대청마루는 띠살무늬 분합문이 달렸고 양옆에는 온돌방이다. 가지런한 문살과 기왓골에서 정연한 미를 느낀다. 명륜당 뒤 내삼문에 들어서면 대성전이 있다. 대성전은 균형미를 지닌 아름다운 맞배지붕 집이다. 처마를 길게 빼고 창방과 장여 사이에 커다란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화반이 끼어 있고, 날개를 편 새 모양의 익공이 3겹으로 되어 있다. 성스러운 집답게 화려하고 장엄하다.

 

김정겸 문화전문시민(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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