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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책 읽기] 글쓰기와 토론은 실험 중 - (상) 전북 글쓰기 교육

'교육청 초·중·고 글쓰기 프로그램 '전무' / 일부 교사만 연구회 통해 학생 지도 정성 / 우석·원광대 센터·클리닉 등 대학은 활발

   
▲ 전북글쓰기연구회 회원들이 밝게 웃고 있는 모습.
 

책을 많이 읽으면 글도 잘 쓸 수 있게[될까. 독서 교육와 별개로 글쓰기 교육이 전무한 전북에선 이 말은 모순처럼 들린다. 도내 초·중·고에서 일부 열의있는 교사의 시도를 제외하고 ‘글쓰기 교육 인프라’는 일천한 수준이다. 그나마 본보에서 꾸준히 연재중인 논술과 NIE(신문활용교육)가 전북 글쓰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아쉬운 중등 글쓰기 교육

 

전북교육청이 초·중·고에 걸쳐 추진해온 글쓰기 프로그램은 유감스럽게도 없다. 글쓰기를 독려하기 위한 전북NIE대회·혼불학생문학상 공모전 등이 대표적이며, 고교 3년생 신청자을 대상으로 한 대입 논술 지도가 가장 활발한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독서·글쓰기·토론을 통합교육모델로 추진 중인 대구교육청을 제외하고 전국 시·도 교육청의 상황은 대개 비슷하다. 대구교육청은 2009년부터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학생 저자 10만명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벌써 학생 4만여 명이 책을 써내며 브랜드로 안착됐다.

 

하지만 정부가 대입에서 논술 폐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입시를 위한 글쓰기 교육마저 수험생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더 높은 논술 점수를 위해 억지로 책을 읽고 글을 썼던 학생들은 “부담 덜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글쓰기 관련 서적은 차고 넘친다. 글쓰기를 표방한 책만 해마다 100권 이상씩 출간되고 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라고 하지만 수준별 글쓰기 가이드에서부터 미디어, 인문사회계, 이공계 등 분야별 글쓰기 가이드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그 이면엔 체계적인 글쓰기 교습법의 부재로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한국 학생들의 슬픈 현실이 반영돼 있다.

 

△치유 가능한 글쓰기 강조

 

전북에서 글쓰기 교육을 이어온 두 단체를 꼽으라면, 전북글짓기지도회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전북지회(이하 전북글쓰기연구회)가 유일하다. 유현상 전 순창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주축이 된 전북글짓기지도회는 30년 넘는 내공을 지닌 반면 윤일호 진안 장승초 교사가 만든 전북글쓰기연구회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신생 단체다.

 

두 단체의 특징을 꼽아본다면 전자는 글짓기, 후자는 글쓰기에 방점을 찍는다. 글쓰기 교육이 전무했던 시절, 글 깨나 쓴다는 학생들이 각종 대회·공모전 등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유 전 교육장의 지지와 성원에 힘 입은 바 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글을 통한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는 시대적 흐름에서 본다면 생활 글쓰기가 강조되는 면이 없지 않다.

 

전북글쓰기연구회는 고(故) 이오덕 선생(1925~2003)의 교육철학을 뿌리로 삼는다. 선생은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른들의 문학 작품 창작 방법을 아이들에게 적용시켜 남의 글 흉내내기를 해온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길 희망했다. 회원은 15명. 외연 확대 보다는 내실 기하기에 주력한 탓이다.

 

윤일호 교사는 “아이들에게 글쓰기 공책을 나눠주면서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나 속상했던 일 등을 다 털어놓으라고 한다. 시도 좋고, 줄글도 좋고 형식은 구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두어진 글은 2008년부터 시집, 2010년부터 학급문집 출간으로 이어졌다.

 

홍은영 전라초 교사는 “오히려 글쓰기 모임을 통해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섬기면서 지내야 한다’는 이오덕 선생의 가르침을 늘 가슴에 품고 지내도록 노려가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교사와 학생 간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본보의 논술·NIE 교육을 위한 전북중등교육논술연구회와 전북NIE교사연구회가 그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대학 글쓰기센터 활발

   
▲ 우석대 글쓰기센터(위)와 원광대 글쓰기센터에서 수강생들이 교육받고 있는 모습.

한국의 글쓰기 교육은 초·중·고엔 밀쳐뒀다가 대학교 입학과 함께 중요성이 부각되는 희한한 과정을 거친다. 전북에서도 우석대·원광대·전주대가 글쓰기(지원)센터, 리딩앤라이팅센터·글쓰기클리닉을 만들면서 글쓰기를 교과과정에 편입시고,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독려하고 있다.

 

우석대 글쓰기지원센터는 교양과목으로 글쓰기 기초 등을 이수하는 반면 원광대 글쓰기센터는 고전 읽기를 바탕에 둔 자발적인 멘토링 글쓰기 교육을 유도하고 있다. 우석대 글쓰기지원센터가 15회 온라인 강연·오프라인 지도를 통해 80페이지 분량 글쓰기로 글쓰기 기초체력을 훈련시킨다면, 전주대 글쓰기클리닉은 리포트·논문과 기획서·제안서를 비롯해 시·수필·희곡 등을 교수의 3회 빨간펜 지도를 받는 실용적 글쓰기에 가깝다.

 

박성우 우석대 글쓰기지원센터 교수는 “디지털 글쓰기가 보편화되면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갖춰지지 않는 글들이 많다”면서도 “결국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하기와 같기 때문에 발표 기회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글쓰기 능력도 향상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광대 글쓰기센터는 교양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대신 글의 기획부터 구성·첨삭까지 3회에 걸친 코칭을 통한 글쓰기로 안내한다. 박태건 원광대 글쓰기센터 교수는 “인문학 강좌와 고전 읽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이 인문정신의 강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실용 글쓰기도 필요하지만, 독서와 글쓰기가 자기계발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원광대는 2011년 재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후마니타스 장학금을 신설, 장학금을 전달해왔을 만큼 인문학 부흥에 적극적이다.

 

● 전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은 '교양 선택'서 '전공 필수'로

 

전국의 대학에서 글쓰기 붐이 일고 있다. 글쓰기 교육의 바람은 서울대가 처음 이끌었다. 서울대는 2004년부터 인문학 글쓰기, 사회과학 글쓰기, 과학과 기술 글쓰기, 법률문장론 등 전공별 글쓰기 과목을 개설했다. 서울대는 일찌감치 특강 중심의 글쓰기가 아닌 전공 중심의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대 외에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등이 글쓰기 교육을 중시하는 학교로 꼽힌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고전 탐독과 글쓰기를 연계시켰으며, 의사소통센터는 발표와 토론·글쓰기와 읽기·인문학 독서토론 등을 통합시켜 글쓰기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해나가고 있다.

 

경희대는 특히 나를 위한 글쓰기, 세계를 위한 글쓰기 등을 통해 글쓰기의 방법론적 접근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숙명여대는 글쓰기와 읽기 외에도 발표와 토론, 인문학 독서토론 1·2를 개설하고 이 중 세 과목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함으로써 인문학 교육 강화에 신경쓰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모든 재학생은 읽기·쓰기 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서강글쓰기센터는 글쓰기 기반 교과 과정으로 선정된 30여개 과목에 제출한 학생들의 글을 분야·수준별로 분석한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학생들의 글을 평가하는 튜터링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이 시스템에 올린 글을 강사들이 자세하게 첨삭하는 체계적 방식이다.

 

이화여대도 올해부터 고전 읽기와 글쓰기를 개설했다. 해당 학기에 7권의 고전을 읽은 뒤 고전에서 다뤘던 주제 중 현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수업으로 사고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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