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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시험 강화 첫날 시험장 가보니]탈락자 속출…"어렵다, 개정전에 볼걸" 한숨

장내 기능시험 T자 코스·경사로 등 부활 / 합격률 30~40%선…개정후 응시생수 뚝

#.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2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전북운전면허시험장의 장내 스피커에서는 “삑~ 불합격입니다”라는 기계음이 잇따라 들려왔다. 기계음이 들릴 때마다 대기실에서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고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바로 전날만 해도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대부분 합격한다’고 여기던 장내 기능시험이기 때문이다. 시험장의 모습도 한산하다. 시험장 관계자는 “요 며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보다가 이렇게 한산한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시험이 강화된 첫 날의 시험장 모습이다.

 

지난 2011년 6월 간소화됐던 운전면허 시험이 22일부터 다시 강화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우리나라의 ‘쉬운’ 운전면허 시험 때문인지 OECD 회원국 중 초보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초보 운전자들이 면허를 취득해도 도로 주행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 이유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부분은 장내 기능시험이다.

 

기존의 평가 항목인 운전장치 조작, 차로 준수·급정지 2가지 항목에서 경사로, 좌·우회전, T자 코스(직각 주차), 신호교차로, 전진(가속구간)의 항목이 추가됐다. ‘T자 코스’와 ‘경사로에서 멈췄다 출발하기’가 5년 만에 부활했다. 실격 사유도 30초 이내 미출발, 신호위반 등 5가지가 추가됐고, 기존 시험은 약 50m 주행의 간단한 수준이었으나 변경 후에는 주행거리가 300m 이상으로 늘어났다.

 

실제 응시자들에게서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능이 끝나고 운전면허를 취득하러 왔다는 이모 양(19)은 “먼저 합격한 친구들 이야기와 다르게 너무 어려웠다”며 “바뀌기 전에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예약이 모두 꽉 차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모 군(19)도 “대기실에 있던 30여 명 중 합격한 사람 2명밖에 못봤다”며 “무리를 해서라도 바뀌기 전에 볼 걸 그랬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강화된 시험을 반기는 사람도 있다. 아들의 시험을 지켜보러 왔다는 김모 씨(54)는 “운전을 제대로 하려면 시험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며 “그동안 너무 쉽게 면허를 발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원래 11월과 12월에는 수능이 끝난 학생들로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올해는 시험 개정을 앞두면서 지난해보다 응시생이 더 늘었다고 한다.

 

전북운전면허시험장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12월 20일까지 학과시험에 8457명, 장내 기능시험에는 2222명이 응시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같은 기간 학과시험은 1만2373명, 장내 기능시험에는 3841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험장 관계자는 “평소 하루에 200여 명이 시험을 보는데 최근 두 달 동안은 엄청나게 늘어 많게는 하루 490명에 이르다가 시험방식이 바뀌면서 첫 날부터 발길이 뚝 끊겼다”며 “아무리 시험이 강화됐다고는 해도 응시자가 이렇게 줄어들지 몰랐다”고 말했다.

 

전북운전면허시험장 최병희 차장은 “기존 합격률이 80~90%인 것을 고려할 때 30~40% 정도의 합격률을 예상했지만 그 보다 더 낮아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장내 기능시험을 치른 응시자는 모두 45명으로 이 중 합격자는 13.3%, 6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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