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의회직원 인사권 가져
견제 소홀 야기… 독립 보장을
의원 정책 보좌 전문인력 필수
연동형 비례제·4인 선거구 등
군소정당도 진출기회 마련을
2018년 대한민국은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전국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촛불’에서 시작된 개헌 논의로 뜨겁다. 특히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적 요구를 실현해야할 국회의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절대다수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힘을 싣는 상황이다. 지역의 입장에서 이번 개헌의 핵심은 ‘분권’이다.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권이 이뤄지더라도 지역의 정치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진정한 분권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런 이유로 분권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분권을 통한 지방정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정치 분야 대안을 살펴본다.
△지방의회 중심 분권 필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로 구분되는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의원들로 구성된 지역대표성의 집합체다. 보다 작은 단위에서 지역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통해 주민주권 실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중심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거대한 집행부 권력에 맞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또 각 지방의원 스스로 집행부의 문제점을 찾아야 하고,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에 봉착할 때가 적지 않다.
한 지방의원은 “지방자치 초기와 달리 현재는 젊고, 능력을 갖춘 이들이 지방의회에 많이 진출해 있기는 하지만 주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며 “지방분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를 견제할 지방의회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보좌관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현재는 집행부의 장에게 의회 공무원들의 인사권이 있다. 이로 인해 의회 공무원들은 집행부 견제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소위 ‘찍히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이유다. 인사권 독립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례 제정 등을 위해서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방의원 개개인이 이런 역량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보좌할 정책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동안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나마 전북도의회의 경우 집행부와의 협의를 통해 계약직 전문 인력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자치입법권 강화가 요구된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 등의 규제적 조례의 경우 반드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고 있고, 조례 위반의 제재수단 역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조례의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져서다. 조례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이유다.
이밖에도 지방의회 예산 편성의 자율권 확대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제’ 도입의 필요성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적 변화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원들의 변화된 자세다.
한 지방의원은 “여전히 일부 지방의원들 중에는 특권의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며 “주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본연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목소리 담을 선거제도 필요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그러나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이 같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가 쉽지 않다. 기초와 광역의원을 지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사실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인데 견제가 쉽겠느냐. 의원들 나름대로 제대로 해보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깐깐하게 모든 사안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6차례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지난 6차례 지방선거에서 전북에서는 모두 220명의 광역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이들 광역의원 중 현재 여당과 연관성이 없는 인사는 불과 15명 6.8%에 불과하다.
그나마 3회 지방선거 때부터 비례대표에 대한 투표가 이뤄지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여당과는 색깔이 다른 인사들이 광역의회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숫자로 집행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견제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연동형비례제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표라도 많은 사람이 승리하는 현재의 승자독식구조로는 패자를 찍은 주민들의 민의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초의회 선거는 2인 3인 선거구를 없애고, 4인 선거구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인 선거구는 거대 양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기 위해서는 4인 선거구제를 통해 거대 양당은 물론 군소정당들을 지지하는 민의가 현실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중심으로 돼 있는 현재의 정당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현재 각 정당은 중앙당을 중심으로 시·도당을 운영한다. 그러나 중앙당 일색으로 모든 업무가 돌아가다 보니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이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분권화 시대에 맞는 지역정치권의 역량이 강화되고, 지역민의 민의를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지방의회·국회 모두 경험한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지방분권 개헌, 선거제도 개편돼야 완성"
“개헌에서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중요한 것이 지방분권입니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이번 기회에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런 지방분권 개헌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도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국회의원(전주갑)은 “선거는 민심 그대로 왜곡됨 없이 반영돼야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 기득권 세력에 의해 오랫동안 왜곡돼 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지방분권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분권을 통해 중앙집권적 행정 및 재정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고, ‘선거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봐야 한다’는 후진적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구마다 최다득표자 1인을 선출하는 상대다수대표제 방식의 우리나라 선거제도로 인해 당선인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사표가 과다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실시된 20대 총선의 경우 253개 지역구에서 발생한 사표는 1059만 6425표로 총 유효투표수 2400만 2420표 대비 41.14%에 달했다.
김 의원은 “과도한 사표의 발생은 비례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대표성의 저해도 초래한다”며 “현재의 후진적 선거구제를 독일식 정당비례명부제, 중대선거구제 등 합리적인 제도로 개선해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분권화 시대에 맞는 지방의회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이 이뤄져 지방자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활성화되면 지방의회 역할 또한 증대될 것이지만 현재 지방의회 조직, 권한 및 전문성은 집행부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지방의원이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역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원 개개인이 이를 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전북예산이 6조인데 도의원이 이걸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책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위한 인사권 독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시의원과 전북도의원, 도의회 의장을 지낸 김 의원은 그동안 분권개헌에 앞장서 왔다.
김 의원은 그동안 지방의회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지방의회공무원법’과 집행부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보좌인력 도입 법안’, 단체장의 인사권 남용 방지를 위한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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