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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배신:신화와 이미지의 정치

신화와 이미지를 깨고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 언론이 해야할 일이다

▲ 신경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영등포구을

예상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지금까지의 혐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사자방을 비롯한 권력형 비리들을 캐자면 앞으로 일 년 수사로도 모자랄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이명박 측과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구속되던 날 이명박 자택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던 면면들을 잘 기억해 두시라. “두고 보자”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정치인도 기억해야만 한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국민 사죄를 했어야 한다. 너무나도 모자란 두 사람을 연달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냈지 않은가.

이미지는 자주 우리를 배반한다. 특히 정치판에서 실체 없는 이미지는 정당과 언론의 공조를 통해 확대·반복 생산되어 대중의 판단을 흐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정당의 임무는 이명박의 포장된 성공 스토리, 박근혜의 비운의 공주 스토리를 파고들어 공직을 맡을 능력과 자격을 검증한 뒤 후보 자격을 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공당이 해야 할 가장 큰 일 중의 하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전신 정당은 그 일에서 연거푸 실패했고 나쁘게 말하자면 대국민사기극에 나섰다. 그런데 과연 당시 그 당의 정당인들이 이명박을 몰랐을까? 박근혜의 능력과 정신세계를 몰랐을까?

따져보면 이명박 이상으로 박근혜도 신화와 이미지의 산물이었다. 박근혜는 독재국가가 만들어 낸 원조 아이돌이었다. 독재자 박정희의 이미지를 완충하는 역할을 ‘현모양처’ 육영수가 했고, ‘어여쁜 영애’ 박근혜가 했다. 박정희 피살 이후 정당은 양친이 모두 총탄에 숨진 ‘비운의 공주’라는 박근혜 이미지를 충실하게 이용했다. 14년에 걸친 국회의원 생활을 통해 박근혜의 공직 능력은 이미 평가가 났고 대통령 파탄은 충분히 예고 됐다. 그러나 당선가능성에 눈먼 정당은 이를 숨겼고 언론은 눈 감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의 거부와 고집으로 딱 세 번만 열린 법정 TV토론에서 그의 턱도 없는 인식과 능력이 잘 드러났다. 심지어 마지막 토론이 이정희 후보의 전격 사퇴로 2자 토론으로 변경되자 박후보는 부담을 느껴 토론거부를 검토할 정도로 허약했다. 당의 원로들이 박후보를 집에서 끌어내 토론장에 밀어 넣어야 했고 그는 결국 토론장에 지각을 했다.

이명박의 공천에서도 정당기능은 마비됐다. 정치권이 나서 이명박의 선거법 위반 족쇄를 사면복권으로 풀어줬다. 선거법 위반은 신뢰의 기초를 저버린 범죄이므로 공적 세계로의 진입을 봉쇄해야 한다는 기본을 저버리는데 정당이 앞장선 셈이다. 이명박 신화와 이미지는 한 꺼풀만 벗겨내면 진면목이 드러남에도 정당은 오랜 기간 철저하게 덧칠을 했다. 언론은 맞장구치고 검찰은 비호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의 혐의는 이미 대선 당시에도 입증만 부족했을 뿐 국민 모두의 상식에 해당했다. 다스, BBK, 도곡동 땅에 대해 국민은 이미 그 당시에 답을 알고 있었다.

정당이 이익단체와 다른 점은 공익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권력획득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 당은 정치권의 막나가는 이익결사일 뿐 정당일 수 없다. 거짓에 가까운 신화와 이미지를 재생산하는데 주력한다면 구멍가게 홍보회사도 존립하기 어렵다. 하물며 정당이 주력 상품인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는데 두 번이나 실패했다면 홍보회사보다도 못한 짓을 한 것이고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정당이 원칙에서 벗어난 공천을 계속한다면 존립의 이유를 제도적으로 물어 퇴출시키는 절차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 공천 실패 사례가 아니더라도 정당의 공천이 그 막중함에 비해 너무 허술하게 진행되어왔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당선가능성에 압도되어 보다 중요할 수 있는 근본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꽤 있었다. 계파와 인연과 압력에 의해 공천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촛불 이후 민주주의 정당은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결기로 추상같은 원칙에 입각한 엄숙한 공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정당 지도부의 결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언론의 감시와 검증 노력을 빼 놓을 수 없다. 언론은 정당의 스피커나 공명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언론의 일은 신화와 이미지를 깨고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지 신화와 이미지를 굳혀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촛불국민은 이미 과거를 심판했고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언론이, 정당이 국민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은 계몽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정당과 언론이 여전히 미몽의 시대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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