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호주 관광을 마치고 데베레호텔로 갔다. 푹 잘까 싶었는데 이튿날 새벽 4시에 시드니국제공항으로 갔다. 항공기 안에서 한숨을 자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뉴질랜드 입국신고서’를 쓰니까 착륙시각이 가까워졌다는 방송을 들렸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은 3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호주 국제공항까지 올 때는 10시간이 넘었다. 아무리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잠이 오지 않아 온몸은 몸살을 했다. 화장실로 갔더니 좌변기 앞에 걸린 ‘큰 것을 해결하면 작은 것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글귀가 실감이 났다.
여행 출발 전에 호주, 뉴질랜드, 피지에 입국할 때 주의 상황을 여러 번 읽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과일, 견과류 등이 반입금지품목이라 서운했다. 의약품은 처방전도 가져갔다. 그래서 입국신고서에 의약품과 음식물의 ‘예’ 난에 ×표를 했다. 그런데 가방을 찾고서 입국할 때 심사관에게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보여주니까 복용한 약과 가이드 이름을 물어보았다. 감기약은 바로 대답했는데 가이드는 머뭇거리다 시드니 담당자를 말했다. 마지막으로 반입금지식품 이름을 한글로 쓴 안내판을 들고 일일이 입국신고서를 확인하며 통과시켰다. 여행사가 입국할 때 요약된 주의사항을 문자로 세 번이나 보내준 이유를 알고 감사했다.
일행 가운데 두 건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호주에서의 입국은 심사가 수월하리라는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옥천에서 오신 분이 수하물로 부친 가방이 없어졌다. 비슷한 가방은 한 개 있다고 했다. 신고를 하고 기다렸다. 또 부산에서 오신 분은 아침에 도시락이랑 나누어 준 사과 두 개를 수하물로 부친 가방 안에 넣어 둔 것이다. 직원이 여권을 가지고 가이드를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 현지 여자 가이드니까 잘 해결될 거라 믿고, 마오리 원주민의 민속공연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한참 기다렸다. 희비가 교차했다. 옥천 사람은 가방을 바꿔 간 사람이 가져왔다. 그런데 사과 두 개는 우리 일행의 소원을 등지고 한화 35만 원의 벌금을 냈다. 부산 사람은 패잔병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가방을 끌고 왔지만 우리 얼굴에도 금방 먹구름이 드리워져 위로의 말을 잊었다.
뉴질랜드는 벌금 제도가 철저하다는 것을 가이드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음식점에서도 술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판매하면 벌금을 낸다. 경찰은 운행 중인 차를 세우고 들어가 검색하는 권한이 있으며, 안전띠를 안 매면 벌금을 부과한다. 그건 호주에서도 가이드가 제일 먼저 부탁한 말이 안전띠와 벌금이었다. ‘한국관’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 벽에 붙어 있는 한글로 된 경고문을 봤다.
“새 음주 법에 식당에서 취할 때까지 술을 들면 $ 500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음주문화였다. 건전한 뉴질랜드 국민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거리마다 쓰레기와 휴지는 안 보였다. 과연 선진국다웠다. 집집이 우리나라와 같은 ‘음식물 찌꺼기 수거함’이 크기가 다른 게 서너 개씩 보였다. 아예 ‘쓰레기 분리수거함’은 찾질 못했다. 미세먼지도 매연도 전혀 없었다. 많은 나무가 내뿜는 산소가 그대로 살아서 청정공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자꾸 비교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공기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국민의 준법정신부터 투철하니까, 복지국가를 이룬 것 같았다.
△정석곤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으며 행촌수필 이사, 안골수필 편집국장, 전북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 <풋밤송이의 기지개> , <물끄러미 바라본 아내의 얼굴> 이 있다. 물끄러미> 풋밤송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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