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안 작은 집
좁은 6인실 침대 하나에 꽉 들어찬 살림살이들. 작은 집을 옮겨놓은 듯한 자리의 주인공은 딸부잣집 지연이(2)네 가족이다. 석 달 전 미숙아로 태어나 뇌경색 판정을 받은 지연이. 최대한 빨리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에 하루빨리 결정한 입원이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화물트럭을 운행하는 아빠(35). 그 때문에 둘째 수연이는 엄마 선미 씨(36)와 함께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는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것저것 챙길 것도, 준비할 것도 많은 수연이(8). 엄마는 바쁜 병원 생활에서도 틈틈이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한 수연이의 공부까지 살핀다.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환경에, 라면으로 때우는 식사까지. 부족한 것투성이인 생활이지만 ‘엄마 딸’ 수연이는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잘 견뎌주고 있는 딸들을 보면 기특하기도 한 엄마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치료에 언제까지 병원 생활을 해야 할지. 엄마의 걱정은 많아진다.
■ 세 자매, 새엄마
엄마 앞에서 수다쟁이가 되는 여준이(16)와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엄마 바라기 수연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이지만, 사실 엄마의 딸이 된 건 불과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아빠와 엄마의 이혼으로 5년 전부터 엄마 없이 아빠와만 생활했던 여준이와 수연이. 엄마의 오랜 부재로 마음 붙일 곳 없었던 탓에 여러 부분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이혼 후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해 선미 씨는 기꺼이 아이들의 진짜 엄마가 되기로 했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엄하게 조금씩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간 선미 씨. 그 결과, 수연이에겐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엄마로, 여준이에겐 친구 같은 엄마로. 당당히 세 딸의 엄마가 되었다.
■ 이제, 가족
조금 일찍 철이 든 첫째 여준이는 어린 수연이 보다 더 빨리 선미 씨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릴 적 받았던 상처로 인해 여준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불안감. 새엄마도 언젠간 떠날 거라는 생각에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고 거리를 두었었다. 그런 여준이의 마음을 알기에 조급해하지 않은 선미 씨. 여준이가 받아들이는 만큼만 다가가 단지 딸의 편이 되어주고 싶다. 막내의 입원으로 첫째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 선미 씨는 여준이를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려준 엄마에게 전한 여준이의 진심. 그 마음의 깊이만큼 선미 씨네 가족은 이제 진짜 가족으로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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