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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19 시민기자가 뛴다] 지역 서점 생존과 도시 재생

예술과 만나는 일상의 서사(敍事)

조아라 작가의 북토크 '목욕합시다'
조아라 작가의 북토크 '목욕합시다'

해마다 국내 성인 연간 독서량과 도서 구입비가 꾸준히 감소한다는 기사를 종종 읽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중 1년에 책을 1권이라도 읽는 사람의 비율은 59.9%이고, 연평균 독서량은 8.3권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독서율 76.7%, 독서량은 12.1권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평균 독서율, 독서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이나 온라인 독서시간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웹소설의 대중적 확산과 온라인에서 구독 가능한 웹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서량의 감소와 온라인 서점의 강세, 대형서점의 중소도시 진출, 인터넷의 활성화 등으로 동네 책방들이 하나둘 문을 닫은 지는 오래됐다. 전주의 대표서점이었던 민중서관이 1970년 개업 후 40년 운영을 마치고 문을 닫은 게 2011년이니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작은 서점들이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지 가늠이 된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운영하는 중고도서 판매로 헌책방들도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것은 민중서관의 폐업과 동일선상에 있다. 80년대 후반에는 40개 점포가 있었던 전주동문사거리에 헌책방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현재 ‘한가네 서점’과 ‘일신서점’ 두 곳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성격의 지역 내 작은 서점 하나둘 생겨나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전국에 각자의 색깔을 갖고 있는 작은 서점들이 하나둘 생겨나 지역 명소로 하나둘 자리 잡고 있다. 전주에도 시내 곳곳에 다양한 책방들이 자리를 잡아 지역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주에 있는 책방들 중 전주시 지역서점으로 인증을 받은 책방은 현재 86개소이며, 책방 주인의 취향에 맞춰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독자의 취향에 맞춘 도서를 소개하기도 해 기존 대형 서점에서 맛 볼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시는 시민들의 독서생활화와 지역 출판산업 육성,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신문광서림을 1호로 현재 86개소를 지역서점으로 인증했다. 책방놀지, 동문서점, 잘익은 언어들, 살림책방, 카프카, 유월의 서점 등 각자의 색깔을 가진 작은 책방들이 동네에서 지역민과 만나고 있다. 현재 86개소 중 마지막으로 등록을 마친 물결서사는 지난 10월 공사를 시작해 1월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서적을 소개하는 물결서사

 

선미촌에 위치한 물결서사 내부 모습.
선미촌에 위치한 물결서사 내부 모습.

전국에 몇 개 안 남은 성매매집결지 선미촌(전주시 완산구 물왕멀2길 9-6)에 위치한 물결서사는 7인이 예술가들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물결서사의 도로명 주소는 ‘물왕멀’로 물이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명에서 풍기는 물의 이미지를 살려 ‘물결’이라는 단어와 서점을 의미하는 ‘서적방사(書籍放肆)’의 줄임말 ‘서사’를 결합해 책방 이름을 만들었다. 책방을 의미하는 서사(書肆)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서사(敍事)와 동음어로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결서사 대표 임주아(시인)를 필두로 김성혁(성악), 민경박(영상), 서완호(서양화), 장근범(사진), 최은우(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7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시집, 소설, 미술관련도서, 그래픽노블, 사진 등 예술서적을 구비하고 있다.

 

△전주 선미촌에서 예술을 서사(敍事)하다

 

김경모의 ‘무민’ 워크숍 단체사진.
김경모의 ‘무민’ 워크숍 단체사진.

물결서사는 2달에 한번씩 주제를 정하고 예술관련 서적을 소개한다. 1,2월에는 ‘생존’을 주제로 3,4월에는 ‘여기 예술이 있어야겠는데...’를 주제로 예술서적과 함께 했다.

또한 각자의 분야를 살려 향후 창간 미정기 잡지 ‘봐라물왕멀 296’을 매주 연재 하고 있다. 수묵 드로잉, 선미촌 건물 드로잉, 시, 사진, 오페라 읽기, 물결서사 일러스트, 영상 작업 등으로 온라인에서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1월 첫 워크숍을 시작으로 3월 말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 김정경의 첫 시집 『골목의 날씨』 낭독회, 4월 초 신인작가 김경모의 ‘무민’ 워크숍, 서울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조아라 작가의 북토크 『목욕합시다』를 진행했다. 4월 말에는 김성철 시인의 첫시집 『달이 기우는 비향』 낭독회를 앞두고 있다.

동네마다 하나둘 자리를 잡은 지역 서점의 장점은 천천히 걷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내 손으로 책을 들고 오는 따뜻한 촉감이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동네 작은 책방에서 책방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는 여유를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책과 함께 문화와 예술로 만나는 지역민이 사랑하는 공간이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고형숙(전주 부채문화관 기획팀장)
고형숙(전주 부채문화관 기획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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