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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거울과 그림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봅니다. 처진 눈꼬리가 싫어 습관처럼 살짝 밀어 올립니다. 꾹 다문 입술로 살며시 미소를 띠어보기도 합니다. 어제까지 안 보이던 세월이 무서워, 오늘은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울을 속입니다. 제가 속인 제 껍데기를 확인하고 믿기지 않는 저를 안심합니다. 실은 김치나 치즈일 뿐인 미소를 환히 믿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우리가 속인 거울에 속고 맙니다.

향나무가 마당에 저를 비추고 있습니다. 깃들지 않는 새들의 노래 부르지 않습니다. 없는 바람에 살랑거리지 않습니다. 애써 굽은 허리를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그림자는 겉이 아니라 속입니다. 새의 노래도 바람의 살랑거림도 보여주지 않고 지팡이도 감추지 않은 향나무 그림자가 말합니다. 검은 여백에서 향내를 맡으시라, 침묵의 행간에서 청풍을 읽으시라, 말없이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만, 향나무 그림자에서 향내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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