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 시행
장애 정도 기준 모호… 무조건적 확대 적용 우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확대됐지만, ‘장애의 정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보행상 장애가 있는 자’가 운행·탑승한 경우에만 주정차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걷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일부 장애인은 소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공포·시행되면서, ‘보행상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 장애인’도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변경된 ‘보행상 장애 표준 기준표’에 따르면 장애 유형별 판정 기준에 따라 주차 가능표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7월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따른 보행상 장애 기준과 허용 범위 문제를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내 한 농아인은 “바뀐 개정안을 보면 현재 두 귀의 청력을 각각 80dB 이상 잃은 사람을 장애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으면 비틀거리거나 평형감각을 유지하지 못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장애의 심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한데다,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심한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부 불법·얌체 운전자로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가 가능한 대상 장애인이 늘어나면서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한정된 전용 주차구역을 다수의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정작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와 장애인단체들이 함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문희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이번 장애인 주차구역 대상자와 관련해 세부적인 기준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며 “개선은 하되 무조건적인 확대보다는 자치단체와 여러 장애인단체가 함께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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